취임 전부터 대체투자로 영업외수익 증대 공약
9월 말 기준 1704억원 투자…연간 수익률 10%대
조합원 공제 수수료 의존 획일적 수익구조 벗어나
조합원 소통 확대 위한 비상근이사 증원 성과
전기공사 손해배상 책임공제 법제화 추진
내년 2월 선거 연임 도전 공식화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번 검증받겠다”
백남길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장이 서울 강남구 조합 본사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전기공사공제조합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코로나19가 지나고 경기침체 우려감으로 자산시장이 살얼음판을 걷던 2023년, 전기공사업계의 유일한 금융기관인 전기공사공제조합은 대체투자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공제 수수료에 의존하는 획일적인 수익구조 안에서는 조합의 질적 성장이 어렵고, 조합원 지분 상승액 또한 제한적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올해 9월 말 기준 조합의 대체투자 규모는 총 1704억원이다. 지난해에는 대체투자 예산 1000억원 중 약 580억원을 투자했고, 올해는 1000억원 증가된 예산과 지난해 잉여 자금을 포함해 약 1100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이를 통해 올 연말까지 거둬들일 예상 누적 수익은 약 180억원에 달한다. 지난 2년간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기업금융대출 등 14건의 투자를 통해 달성한 연간 평균 수익률도 10%대를 넘을 전망이다. 이는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 당기순이익(306억원)의 원동력이 됐고, 올해 또한 270억∼280억원 규모의 순이익 달성이 예상된다.
◇ “대체투자, 조합원 좌당 지분액 높일 것”
자산운용에 보수적이던 조합이 대체투자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백남길 이사장이 있었다.
백 이사장은 2022년 2월 경선으로 치러진 첫 직선제 선거에서 수익성 극대화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됐다. 취임 직후부터는 수익구조 체질 개선에 매진했다. 지난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고, 올해는 투자 성과를 확인한 뒤 대체투자팀으로 정식 승격시켰다. 대내외 전문가들로 구성한 투자상품심의위원회도 구성했다. 투자 과정을 시스템화하며, 운용가능자금을 과감히 투입해 단기간에 눈에 띄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 조합 본사에서 만난 백 이사장은 “조합은 조합원 출자로 구성된 조합원들의 회사인데, 공제가입 수수료나 대출 이자만으로 수익을 올리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예금이나 채권, 회사채 등 기존 자산운용 방식만 고수했다면 예상 수익이 40억∼50억원에 불과했는데, 대체투자를 통해 3배 넘는 추가 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내년엔 대체투자 예산을 3000억원 규모로 확대해 조합 내 확실한 영업외 수익원을 구축할 계획이다. 유동성 부족 현상으로 양질의 투자 상품이 늘어나고 있고, 다른 한편에선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기존 대출 상품의 조기상환 신청도 들어오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백 이사장은 “조합에서 자금을 빌렸다가 시중금리가 낮아지자 조기 상환을 실행한 사례가 작년에만 3건이나 된다. 액수로는 약 590억원 정도”라며, “단순히 예금, 국채 투자만으로는 자산운용 성과를 내기 어려운 환경인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조합의 곳간이 차면 혜택은 조합원에게 돌아간다. 백 이사장은 취임 이후 특별담보운영자금 가산금리를 1.16%포인트 인하하고, 중대재해배상책임공제 수수료를 최대 39% 줄였다. 대체투자를 통해 달성한 추가 수익이 경기침체, 고물가 등으로 경영이 어려운 조합원에 힘이 된 셈이다.
백 이사장은 “출자를 많이 한 조합원들에게 최소한 정기예금보다는 높은 지분액 상승률을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다. 조합원 대상 공제 수수료를 낮추거나, 복지시설을 확충하는 것 또한 추가 수익이 발생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각에서 대체투자 위험성을 지적하기도 하지만, 조합은 투자상품심의위원회의 만장일치 결정으로만 투자 상품을 결정한다”라며, “개인에겐 직접 투자 제안을 아예 받지 않고, 국내 대형 전문 투자기관이 함께 검증한 우량 사업만 검토하는 시스템으로 운영 중이다. 불법적인 일이 발생할 여지는 원천 차단돼 있다”고 강조했다.
◇ 조합원 중심 경영 가치 확립
백 이사장은 내년 2월 치러지는 선거에서 연임에 도전한다. 대체투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공제 법제화 추진, 비상근이사 증원 등 그동안의 성과를 두고 "조합원들에게 다시 검증받겠다"고 밝혔다./ 사진:전기공사공제조합 |
백 이사장은 선거 당선 직후 구성한 경영혁신특별위원회에서 발굴한 15개 과제 중 14개 공약을 완료했다. 대표적인 성과가 비상근이사 증원이다. 조합 차원에서 전기공사공제조합법 개정을 지원해 법률에서 규정하던 비상근이사 수를 정관에서 정하게 하고, 8명을 추가 선임해 조합원 임원을 21명으로 늘렸다.
전기공사 손해배상 책임공제 법제화 관련 성과도 있었다. 국가, 지자체, 공기업 등이 발주한 전기공사의 경우 보험(공제) 가입을 의무화하고, 그 비용은 도급비용에 계상하도록 하는 전기공사업법 일부개정안이 발의되는데 일조하면서 전기공사업계 숙원사업 해결에 힘쓰고 있다.
그는 “비상근이사 증원의 장단점이 있지만, 소통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1만7300여 조합원 의견을 듣기 위해선 전국 각 시도에서 활동하는 임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의무보험 관련해서도 법안이 상임위 심사를 앞두고 있다. 전기공사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취지가 있는 만큼 조만간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 내년 2월, 검증의 시간
어느덧 3년의 임기를 다 채워가는 백 이사장은 내년 2월 치러질 제15대 이사장 선거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조합은 지난달 선거관리위원회를 개최해 이사장 후보자 등록일을 오는 10일에서 17일로 확정한 바 있다. 백 이사장도 연임 도전 의지를 밝히며 “조합원들에게 다시 한번 검증받고 싶다”고 출마를 공식화했다.
백 이사장은 “그동안 조합원 중심의 경영 가치를 정립하고, 꼭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아직 추진 중인 과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라며, “금융 보증기관 이사장으로서 많이 배웠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검증을 받아보려 한다. 심사숙고 끝에 연임을 도전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백남길 이사장은?
△서전사 대표(현) △광주고, 국민대 무역학과 졸업, 전남대 행정대학원 수료 △한국전기공사협회 광주시회장, 전기공사공제조합 이사, 한국전기산업연구원 이사 등 역임 △재단법인 광주전업인 장학회 이사, 광주광역시 체육회 부회장
전기공사공제조합은?
1983년 설립돼 전기공사에 특화한 보증과 융자, 공제 등 전문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조합원 1만7300여 명, 자산 규모는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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