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정상적인 직무를 이어갈 수 없게 되면서, 4대 개혁(노동ㆍ연금ㆍ교육ㆍ의료)과 임기 후반기 핵심 기조로 내세운 ‘양극화 해소’ 등 정부 핵심과제들도 모두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특히 지난 7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국민의힘의 불참으로 성립조차 되지 않은 만큼, 여야 갈등 격화로 인해 입법 절차와 예산 편성이 동반되는 개혁 과제 추진이 한층 더 힘들어졌다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무엇보다 4대 개혁 중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혔던 의료개혁의 경우 계엄 당시 ‘처단’ 대상으로 지목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원만한 협의를 통한 추진이 물 건너간 것은 물론, 장기화되고 있는 의정 갈등이 한층 더 첨예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대한병원협회, 대한중소병원협회, 국립대학병원협회 등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 속했던 의사 단체 3곳은 8일 모두 특위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성명을 통해 “전공의와 의사가 사회 구성원이 아니라 반역자, 처단의 대상이라는 인식은 이 정권의 실체를 여실히 보여준다”며 “전의교협은 윤석열 정권의 퇴진을 위해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며, 내란 관여자의 지시로 행해지는 정부의 모든 정책에 대한 참여와 자문을 단호히 거부한다”고 밝혔다.
정년 연장 논의와 근로 시간 개편 등 노동개혁 관련 정책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평이다.
설상가상 최근 잇따른 파업 투쟁 등과 맞물려 일어난 계엄 사태 탓에 노동계의 반발도 한층 더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윤 대통령의 퇴진시까지 매주 토요일 전국 동시다발 주말 집중 투쟁을 벌일 예정이며, 한국노총 역시 조직별 의사결정 기구를 통해 퇴진을 촉구하는 결의를 다지고 국회와 전국 각지에서 벌어지는 퇴진 집회에 동참한다는 계획이다.
연금개혁안도 폐기 기로에 놓였다. 정부는 지난 9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단계적으로 13%까지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2%로 유지하는 연금개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여야도 우여곡절 끝에 이번 정기국회 내 연금특위를 출범시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논의는 또다시 불투명해졌다.
교육개혁 또한 영유아 보육ㆍ교육 통합(유보통합), 늘봄학교 등 이미 추진 중인 사안을 제외하고,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도입 등 핵심 산업의 경우 야당의 반대로 추진 가능성이 난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관 부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지배적이다. 탄핵 정국에선 국정운영 기조 전환이나 새로운 정책 추진보다 사태 수습과 현행 유지에 무게가 쏠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전격 사의했다. 인사권자인 윤 대통령의 권한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행정ㆍ치안 컨트롤타워 공백 장기화로 인한 혼란 가중 우려도 커지고 있는 모양새다.
이 장관은 입장문을 통해 “국민 여러분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고 대통령님을 잘 보좌하지 못한 책임감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국민께 송구한 마음”이라며 “저는 이제 한 사람의 평범한 국민으로 돌아가 자유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에 힘을 보태겠다”고 밝혔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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