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법률라운지] 법원의 감정센터 발족을 바라보며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4-12-18 06:00:33   폰트크기 변경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매년 사법행정 운영내역과 각종 통계자료 등을 정리하여 수록한 사법연감을 발간하고 있다. 2024년 사법연감은 올해 9월 발간되었는데, 제1심 민사본안사건을 보면 2014년부터 접수건수가 감소하는 반면 처리기간은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민사합의사건의 경우 2019년도에는 접수건수는 5만1089건, 평균처리기간은 9.9개월이었으나, 2023년도에는 접수건수가 2만5786건으로 감소하였음에도 처리기간은 15.8개월으로 대폭 증가하였다(사법연감 822쪽). 2022년 3월 대법원규칙 개정으로 민사단독사건의 청구금액 상한을 2억원에서 5억원으로 증액하여 합의사건은 접수가 감소하였는데도 처리기간은 오히려 대폭 지연된 것이다.

특히 언론 보도에 따르면, 2023년 건설사건의 평균 처리기간은 620일 정도로 같은 기간 전체 민사합의사건 473일의 1.3배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법원은 재판지연의 원인으로 지적된 ‘감정’ 절차의 개선을 위해 감정센터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필자는 2020년 2월부터 2023년 2월까지 3년간 서울중앙지방법원 건설전담합의부를 맡아 재판을 하였는데, 전임 재판장이 업무를 인계하면서 ‘건설사건은 감정서가 회신되면 비로소 재판이 시작된다’고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건설사건은 적절한 감정사항과 기준을 정하고, 해당 사건의 특성에 맞는 감정인을 선정해야 사건이 산으로 가지 않는다. 감정인신문 후 감정서 회신까지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리는데, 초기 단계에서 재판부가 양측의 의견을 들어 쟁점을 정확히 정리하지 않으면 감정서 회신 후 감정보완이나 재감정에 훨씬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민사소송법이 금지함에도 이른바 ‘통외주’는 근절되지 않아 감정결과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고, 적절한 감정료 역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감정센터 설립은 그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관리된다면 건설재판의 지연을 막고 감정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제도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다만 우려도 있다. 감정센터는 결국 증거보전 재판과 유사하다. 신속성을 중시하는 증거보전 단계에서는 아무래도 재판부가 쟁점에 대한 충실한 파악이 어려워, 부실감정의 위험성이 있다. 감정센터에 업무가 집중되고 많아지면서 신속한 진행만을 염두하여 감정절차를 진행하는 경우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장차 법원 밖의 다양한 의견도 들어 합리적인 제도로 정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윤도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