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URL 부지 최종 확정…국비 5138억원 투입
심도 500m 무산소층에 조성…2030년부터 부분 운영
향후 건설될 고준위방폐장과 유사한 연구 환경 구축
심도 500m 깊이에 조성되는 지하시설 조감도./사진:산업부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원자력발전소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방폐물) 처분기술을 연구하는 지하연구시설(URL)이 국내 최초로 강원도 태백시에 건설된다. 해당 시설은 사용후핵연료 등을 보관할 고준위 방폐장 건설 전 조성되는 순수 연구시설로, 국비만 5138억원이 투입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8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연구용 지하연구시설 부지선정평가위원회’를 개최하고 태백시를 건설 예정부지로 최종 확정했다고 밝혔다. URL은 향후 건설될 영구 처분시설과 유사한 환경으로 조성되며, 실제 방폐장 부지 선정 및 건설ㆍ운영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의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지난 6월 부지 선정 공모를 낸 이후 8월까지 유치계획서를 접수 받았다. 태백시는 단독으로 계획서를 접수했고, 총 20명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평가위가 심사를 통해 건설 예정부지를 확정했다.
태백시는 87년간 석탄을 생산한 장성광업소가 지난 6월 폐광하면서 인구 감소와 경기침체를 겪었다. 이에 URL 건설을 대체 사업으로 선정하고, 유치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이상호 태백시장은 지난달 개최된 평가위에 직접 참여해 “연구개발 예산을 포함하면 1조원 이상의 직ㆍ간접적인 경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고 유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부지에는 이미 지하처분연구시설이 존재한다. 그러나 연구시설 위치가 심도 120m에 불과해 심층 처분 연구에는 한계가 존재했다. 이에 URL은 고준위 방폐장이 건설될 환경과 최대한 유사하게 구현한다는 목표다.
URL은 심도 약 500m에 조성하는 지하연구시설과 연구관, 홍보관 등으로 구성된 지상시설로 구성된다. 지하연구시설은 63빌딩(249m) 2개 깊이의 무산소층에 조성돼 시설 부식을 최소화한다. 사용후핵연료는 방사성 독성이 천연우라늄 수준으로 떨어지는 데 10만 년 이상 소요돼 지하 500m 깊이에 영구 격리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방폐물관리기금과 원자력연구개발기금을 활용해 사업비를 지원한다. 태백시는 사업부지 매입, 진입로 및 부대시설 건설 등을 맡기로 했다.
해당 시설엔 사용후핵연료가 실제 반입되진 않는다. 대신 자연에 존재하는 방사성 물질 등 모의 핵연료를 활용해 실험한다.
태백시에 URL이 건설된다고 해서 고준위 방폐장이 인근에 들어서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실제 방폐장도 URL과 유사한 환경에 건설돼야 하고, 연구시설 운영 과정에서 확인된 안전성과 지역경제 효과 등이 주민 수용성을 높일 수는 있다.
실제로 프랑스는 파리 동북부 시골 마을 뷔르에서 URL을 20년간 운영했는데, 이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근 지역에 고준위 방폐장 건설 계획을 세운 사례가 있다.
정부는 내년 착공에 들어가 2032년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2030년부터는 일부 시설의 부분 운영도 이뤄질 예정이다. 이와 함께 국회에 발의된 고준위특별법 통과에 주력해 실제 고준위 방폐장 건설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고준위 방폐장 확보를 위해 처분기술을 충분히 실증하고, 시설개방 및 안전성 확인 결과를 공개해 주민 수용성을 제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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