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국회 회의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한동훈 지도부’가 해체된 가운데 국민의힘이 탄핵 정국에 무너진 당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에 고심하고 있다. 경험 많은 중진의원을 추대하는 방안과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겸직하는 안을 놓고 숙고에 들어간 상황이다.
국민의힘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비상 의원총회를 열고 한동훈 지도부 사퇴 이후 비대위원장 인선과 비대위원회 운영 방향 등을 논의중이다. 지난 16일 열린 의총에선 경륜 있는 내부 인사가 비대위를 맡는 것이 적합하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결론을 내지는 못했다.
새 비대위원장은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사분오열한 당을 봉합해야 하는 책무가 막중하다. 특히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에 따라 ‘조기 대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지도부 경험이 풍부한 5선 이상 중진의원(권영세ㆍ나경원ㆍ김기현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ㆍ경북의 6선 주호영 국회부의장도 한때 하마평에 올랐으나 비대위원장을 맡을 가능성은 낮다. 국회법 제20조에는 ‘의장과 부의장은 특별히 법률로 정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원 외의 직을 겸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 파면 시 치러질 ‘조기 대선’도 준비해야 하는 만큼 비교적 탄핵 사태와 거리가 먼 ‘원외 인사’가 등판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이에 따라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등 원외에 있는 중진들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최근에는 권 대행이 비대위원장을 겸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확산되고 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는 2014년 5월 황우여 당시 대표의 임기가 종료된 이후 전당대회가 열린 7월까지 두 달간 이완구 당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임한 전례가 있다.
다만 권 대행은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신중한 모습이다. 그는 이날 ‘겸직 이야기가 나온다’는 출근길 질문에 “나에게 직접 말한 사람은 없다. (의총에서) 의원들 의견을 들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권 대행의 겸직 여부에 대해 “백지상태”라면서도 “어떠한 선택지 하나 배제하지 않고 다 보고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반면 당내 일각에선 윤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소장파와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원내 중진들이 비대위를 맡으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엄 해제 요구안에 표결하고 지난 14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가결표를 던진 김상욱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누구는 하면 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며 “대통령과 가까웠던 사람, 대통령과 성향을 공유했던 사람,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절대 리더가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친한계 좌장인 6선 조경태 의원도 전날 SBS 라디오에 출연해 “탄핵을 반대하는 분이 과연 비대위원장으로 앉았을 때 내년 대선에서 과연 국민의힘이 승리할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표했다.
다만 당 내부에서도 차기 비대위원장의 역할이 당의 화합과 쇄신이라는 데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어 중진 의원들이 결국 교통정리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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