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 발간
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에 대해 향후 5년간 연평균 1.8% 수준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노동시장 등 구조개혁이 없다면 2040년부터는 1% 미만으로 추락한다는 암울한 전망도 이어졌다.
최근 탄핵정국과 내년 미국 트럼프 신정부 출범까지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원ㆍ달러 환율이 금융위기 수준까지 급등하는 등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자 한은이 엄중한 경고에 나선 것이다.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과 향후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24∼2026년 잠재성장률은 2%로 추정했다. 지난 2010년대 연평균 3.4%였던 잠재성장률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6∼2020년 2.6%로 하락,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2.1%로 떨어졌다. 2000년대 초 평균 5% 수준이었던 한국 잠재성장률이 20년 후인 현재, 2배 이상 떨어진 셈이다.
문제는 지금의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우리나라 잠재 성장률은 2025∼2029년 연평균 1.8%로 하락, 2030∼2034년 1.3%, 2040년부터는 1% 미만의 성장률을 이어간다는 것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성장률을 뜻한다. 20년 뒤에는 ‘역성장 구조’라는 암울한 전망이다. 이 같은 잠재성장률 하락세에 대해 한은은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 등 구조적인 요인과 총요소생산성 저하 등이 복합 작용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산업 전체적인 혁신이 부족한 가운데 저출산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노동 투입 기여도도 계속 하락할 우려까지 반영한 것이다.
한은이 내놓은 처방전은 ‘구조개혁’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은 모형전망팀 소속 이은경·천동민 과장은 “혁신 생태계 조성, 수도권 집중 완화, 일과 가정의 양립 정책 등 그간 논의돼 온 구조개혁이 성공적으로 시행될 경우 잠재성장률은 추가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총요소생산성 △출산율 제고 △여성·고령층 노동생산성 향상 등을 통해 2040년대 후반에는 잠재성장률이 기존 전망 대비 각각 0.7%포인트(p), 0.1~0.2%p, 0.1%p씩 추가 상승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혁신 생태계 조성 등 경제 혁신을 가속화하기만 해도 저출산 기조 하에 2040년대 1% 중반의 잠재성장률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고려해야 하는 것은 비기축통화국이기 때문이다. 저성장·저물가 기조에서는 통화정책의 효과가 크게 발휘되지 않으며, 비기축통화국인 만큼 선진국과의 금리 차이로 인해 자본유출 우려도 제기될 수 있어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통화정책을 완화할 시 부동산과 주식 등으로 유동성이 흘러들어가 자산 가격 상승과 같은 자산 시장의 불안정도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외환당국은 환율 변동성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날 국민연금공단과 외환스왑(FX Swap) 거래를 내년 말까지 연장하되, 한도를 기존 500억달러에서 650억달러로 증액하는 것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외환시장 불안정 시 국민연금의 현물환 매입 수요를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날 ‘기업금융상황점검회의’에서 최근 환율 급등과 관련해 은행권에 기업들에 대한 외화결제 및 외화대출의 만기조정을 요청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