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회장(맨 오른쪽)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대표팀과 함께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세계 최강 양궁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 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년 더 한국 양궁과 동행한다.
대한양궁협회는 20일 체육계 전문가 7인으로 구성된 선거운영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을 거쳐 제14대 대한양궁협회 회장에 정의선 회장을 만장일치로 추대했다고 밝혔다. 2005년 첫 취임 이후 6번째 연임이다.
정 회장은 내년 1월 대의원 정기총회에서 공식 취임하며, 임기는 2025년 1월부터 2029년 1월까지다.
선거운영위원회는 정 회장이 협회 행정운영체계 고도화와 재정 자립, 우수 인재 육성, 국내 양궁 저변 확대, 글로벌 역량 강화 등을 통해 한국 양궁의 본질적 경쟁력을 향상시킨 점을 높이 평가했다.
정 회장은 2005년 취임 이후 ‘공정, 투명, 탁월’이라는 3대 원칙을 바탕으로 협회를 운영해왔다. 특히 지연ㆍ학연 등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을 타파하고, 국가대표 선발을 철저히 현재의 성적에 기반하도록 했다. 코칭스태프 역시 공채를 통해 투명하게 선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이런 공정한 시스템을 바탕으로 한국 양궁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여자단체전 10연패와 함께 전 종목 석권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정 회장 취임 후 치러진 5회의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은 금메달 18개, 은메달 3개, 동메달 4개를 획득하며 세계 최강의 면모를 과시했다.
정 회장은 한국 양궁의 미래를 위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2013년 유소년 대표 선수단을 신설하고 초ㆍ중등학교에 양궁 장비를 무상 지원하는 등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구축했다. 유소년부터 국가대표까지 이어지는 일관된 육성 체계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한 것이다. 그 결과 2005년 1633명이었던 국내 양궁 인구는 올해 2800명으로 증가했다.
정의선 회장(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2024 파리올림픽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대표팀과 함께 프랑스 파리 앵발리드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 현대차그룹 제공 |
양궁의 저변 확대ㆍ대중화를 위해 생활체육대회와 동호인 대회를 창설하고, 학교 체육 수업에 양궁을 포함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층위에서 꾸준한 노력도 펼쳤다. 덕분에 2016년 전무했던 양궁 생활체육인구는 현재 195개팀, 778명으로 늘어나며 대중 스포츠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기술력은 한국 양궁의 또 다른 경쟁력이 됐다. 2024년 파리올림픽을 앞두고 선보인 첨단 장비들이 대표적이다. 선수와 일대일 대결이 가능한 ‘개인 훈련용 슈팅로봇’, 슈팅 자세를 정밀 분석하는 ‘야외 훈련용 다중카메라’, 직사광선 대비용 ‘복사냉각 모자’,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선수 맞춤형 그립’ 등 다양한 첨단 장비가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뒷받침했다.
정 회장의 영향력은 국제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아시아양궁연맹 회장직을 5선 연임하며 아시아 양궁의 발전을 주도했다. 경제적으로 열악한 국가들에 대한 지원, 순회 지도자 파견, 코치 세미나 개최 등 다양한 발전 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양궁의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세계양궁협회와도 2025년까지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고 ‘현대 양궁 월드컵’, ‘현대 세계 양궁 선수권 대회’ 등을 후원하며 세계 양궁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특히 2016년 창설한 ‘현대자동차 정몽구배 한국양궁대회’는 우승 상금 1억원(리커브 기준)을 내걸며 국내 최고 권위의 대회로 자리잡았다.
한편 현대차그룹의 양궁 후원은 1985년 정몽구 명예회장의 대한양궁협회장 취임 이후 40년간 이어져 오고 있다. 이는 국내 단일 종목 스포츠협회 후원 중 최장 기록이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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