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기술공사, 광해광업공단 등 기관장 수개월째 공석
임추위 꾸리고도 후임자 선임 절차 ‘일시중지’
상임이사 인사도 감감무소식…“의사결정 지연”
산업부 전경./사진:대한경제 DB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고,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로 전환되면서 에너지 공기업의 리더십 공백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일부 공기업은 이미 수개월째 기관장이 공석인 상태에서 정치적 혼란이 가중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도 확정하지 못하는 불확실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기관장이 공석이거나 임기 만료를 앞둔 공기업의 후임자 선임 절차가 올스톱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리 권한대행 체제에서 공공기관장을 선임하면 ‘알박기’ 논란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임원추천위원회를 구성해 후임자 선임 절차를 거치고 있던 곳도 관련 절차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한 공기업 관계자는 “임추위를 거쳐 사장 후보자 모집 공고를 내고 접수를 마감했지만, 후속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어 후보자를 추리고 제청, 임명 절차를 거치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로 야당에선 공직자 인선에 대한 경계를 높이고 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탄핵 정국을 틈타 공공기관 인사를 강행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헌재 탄핵 심판 이후로 고위 공직자 인사를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 분야는 기관장이 공석이나 임기 만료를 앞둔 기업이 유독 많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지난 5월 조용돈 전 사장이 개인 비위로 해임된 이후 현재까지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도 올해 9월 황규연 사장이 건강상 이유로 사임한 이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 중이다. 이창훈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은 내달 임기가 만료되고, 정동희 전력거래소 이사장도 내년 4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산하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또한 지난 7월 김석철 원장 해임 후 현재까지 후임자를 찾고 있다.
김규환 대한석탄공사 사장이 도계광업소 막장에서 채탄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석탄공사 |
에너지 공기업의 리더십 공백 장기화는 빨라지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약화시킨다. 일례로, 국내 에너지 생태계는 75년 역사의 대한석탄공사 폐업을 앞두고 있다. 내년 6월 삼척 도계광업소가 폐광하면서 공사의 석탄 생산 기능이 상실하기 때문에 폐업 로드맵을 확정해야 하는데, 아직 기본 방향도 정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광해광업공단과의 통폐합도 이야기되고 있으나, 공단은 현재 직무대행 체제로 관련 논의를 진행할 여력이 없다.
기관장 임기 만료를 앞둔 공기업도 불확실성이 큰 것은 마찬가지다. 통상 기관장 선임에 3∼4개월이 소요되는 일정을 고려하면 후보자 공고 등의 절차가 진행돼야 하지만,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강제된 임추위 구성만 해 놓고 후속 과정을 밟고 있지 않다.
상임이사 등 주요 임원진에 대한 인선 절차도 늦어지고 있다. 동서발전의 경우 이창열 안전기술본부장, 이영찬 사업본부장이 지난 11일 임기를 마쳤지만 후임자 공시를 하지 않고 있다. 서부발전도 엄경일 기술안전본부장 임기가 지난 8일 만료됐다. 발전사 상임이사는 주주총회 의결 이후 기관장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치지만, 최근 정국을 고려해 시일이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12월 초중순에는 대부분 인사 절차를 마무리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에 집중해야 하는데, 고위직 인선은 아무래도 더 민감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라며, “부사장 등 상임이사 임명 권한은 기관장에 있지만, 통상 후보자를 주무부처에 알리고, 대통령실도 검증하는 걸로 안다. 지금은 이 절차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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