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 만에 건설하는 영동양수 접속설비 구간 직접 건설
주민 수용성, 지자체 인허가, 선로 건설기간 등 고려
접속구간 송전선로, 발전사 직접 건설 사례 늘어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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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양수 발전소 조감도./사진:한수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 2001년 한국전력에서 분사된 이후 처음으로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발주했다. 국내에선 13년 만에 추진되는 영동양수 발전소의 전력계통 연결을 위한 접속구간 공사로, 한수원이 시공사 선정은 물론이고 준공 및 운영까지 책임진다. 지금까지 대부분 발전소의 접속구간 건설은 한전이 총괄하고 발전사가 비용만 부담했는데, 영동양수는 이 모든 과정을 한수원이 직접 추진하는 구조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최근 ‘345㎸ 영동양수 송전선로 건설공사’ 공고를 내고 내년 1월 23일까지 입찰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추정가격은 404억8507만원으로, 영동양수 변전소와 영동개폐소 구간 등 8.6㎞를 연결하는 전력망 공사다. 준공 예정일은 2029년 12월 31일로, 영동양수 발전소 준공 예정일인 2030년보다 앞선다.
한전 ‘송배전용전기설비 이용규정’은 공용망이 아닌, 특정 고객이 전용으로 이용하는 접속설비의 송전접속비용을 해당사가 부담하기로 돼 있다. 송전접속비용은 발전기와 공용망을 연결하는 송전선의 건설비, 기존 시설 철거비,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지원금 등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발전사들은 신규 발전소의 접속구간 공사를 한전에 맡기고, 비용만 납부해 왔다. 하지만 영동양수 송전선로의 경우 발전소부터 공용전력망까지 연결되는 접속설비 구간을 한수원이 직접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은 한전의 계통접속 관련 심의결과에 따라 결정됐다. 한수원은 영동양수 발전소의 계통 연계를 위한 송전용전기설비 이용신청을 접수했고, 한전은 심의를 진행한 결과 한수원이 자체 건설하라고 지난해 7월 통보했다. 이에 한수원은 송전선로 건설을 위한 비용과 관련 절차를 모두 책임지고, 준공 이후 운영 및 관리도 담당하기로 했다.
한전 관계자는 “심의 과정에서 한수원과 건설 방식에 대한 논의를 거쳤고, 발전사업자가 직접 송전선로를 건설하는 게 효율적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접속구간 송전선로를 한수원이 직접 건설하게 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가장 큰 이유로는 송전선로 건설기간이 제시된다. 양수발전은 산속에 건설되기 때문에 공용망까지 접속구간 길이가 길다. 한전은 표준공기에 따라 송전선로를 건설하는데, 전력망 프로젝트가 전국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접속구간 공기를 발전소 준공시점과 맞추지 못할 수 있다. 또한,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 및 지자체와의 접점이 많은 한수원이 송전선로 건설 주체가 되면 수용성 및 인허가 문제 해결에 더 적합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접속구간 건설을 발전사가 책임진 사례는 과거에도 몇 차례 존재한다. 동서발전은 2021년 음성천연가스발전소 송전선로 건설공사를 담당했고, 중부발전도 2022년 함안천연가스발전소 345kV 송전선로 건설공사 공고를 낸 바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송전선로 건설에 대한 주민 민원이 거세자 발전사가 직접 건설하는 방식으로 계약이 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음성 송전선로는 동서발전이 직접 주민들을 설득해 사업부지를 확정하고, 지난달 주변지역 지원사업 협약서 공증까지 마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근 전력망 구축이 지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발전사가 송전선 건설을 책임지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건설이 확정된 홍천ㆍ포천양수도 한수원이 접속구간 송전선로를 직접 건설하는 방향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건설의 가장 큰 걸림돌은 주민 수용성 문제다. 송전망 프로젝트를 수십 개씩 진행하는 한전이 모든 민원을 관리하기 쉽지 않고, 지연되는 프로젝트도 많다 보니 역할을 분담하는 것 아니겠냐”라며, “앞으로 신규 발전소의 접속구간은 각 발전사가 직접 건설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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