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이 먹이사슬의 최정점에 도달할 수 있었던 이유를 ‘협업(collaboration)’이라고 주장했다. 현생 인류의 진화 및 투쟁사는 덩치가 큰 네안데르탈인보다 덩치는 작아도 협업 능력이 뛰어난 호모 사피엔스가 경쟁에서 이긴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의 협업 능력은 가축을 키우고, 사냥개와 함께 사냥하고, 다수의 인간이 조직적으로 협업하여 높은 전투 능력과 생존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협업 능력은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승리하는 숨겨진 요인이었다. 현대 마케팅에서도 ‘협업 마케팅(collaboration marketing)’이 큰 효과를 발휘하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놀라움으로 신선함을 제공하여 주의를 끌어 단기간에 브랜드의 가치를 제고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프랑스 상황은 프랑스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정권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프랑스 의회는 서로 비슷한 세 세력으로 나뉘었다. 어느 세력이든 다른 쪽과 협력이 필요하지만, 여당은 야당과의 협력을 이끌지 못하고 있었다. 그 결과 야당의 두 세력이 협력하여 정부 불신임안 가결로 총리 ‘미셀 바르니에’를 퇴출했다. 당분간 프랑스의 정상적인 협업 정치는 요원하다. 이때 상술인지 애국인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을 위해’ 답답한 정치 상황을 끝내고 서로 협력하라고 촉구하는 상업광고가 나왔다. 이른바 버거킹과 KFC의 ‘세기의 콜라보레이션’ 광고다.
11월, 버거킹 프랑스와 KFC 프랑스는 잠시 경쟁 관계를 접고 획기적인 콜라보레이션 광고를 펼쳤다. 기본 컨셉은 ‘누가 우리가 사이좋게 지낼 수 없다고 말했나?’이다. 그들은 프랑스의 모든 매장(BK 555곳, KFC 379곳)에서 ‘11.27~12.20’까지 20일간 한정판 ‘BFF 버거(Best Friends Forever)’를 출시했다. 두 곳의 버거는 동일한 레시피로 만들어졌는데, 패티만 다르다. 버거킹에서는 직화구이 패티를, KFC에서는 바삭한 닭고기 패티를 사용하여 각자의 장점은 잘 유지한 것이다.
광고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미국 가수 ‘War’의 노래(1975) ‘Why Can't We Be Friends? (우리는 왜 친구가 될 수 없어?)’를 버거킹과 KFC 직원들이 함께 부르는 내용이다. 이 광고를 위한 티저광고도 진행하였는데, 브랜드 로고를 바꿔 사용하여 협력의 메시지를 분명히 하였다. 즉, 버거킹 매장에 KFC 직원, KFC 매장에 버거킹 직원이 서빙하고, 버거킹 매장엔 KFC 버킷과 플레이트를, KFC 매장엔 버거킹 물품을 세팅했다. 처음엔 고객들을 어리둥절하게 하여 호기심을 불러일으켰고, 나중에 상황을 파악한 고객들은 열광했다.
1분짜리 동영상 광고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고객이 버거킹 매장에 들어서니 매장엔 버거킹과 KFC 심벌이 나란히 보이고 버거킹 직원과 KFC 직원이 함께 서빙한다. 어리둥절한 고객을 버거킹 직원과 KFC 직원이 “Why Can't We Be Friends?” 노래를 부르며 응대한다. 그들은 노래를 부르면서 햄버거를 만들고 포장하여 고객에게 전달한다. 함께 노래 부르며 청소하고, 춤추며 즐겁게 일한다. 그들은 광고 내내 “우리는 왜 친구가 될 수 없어?”라고 노래하면서 어깨동무하고, 춤을 춘다. 아무리 평상시엔 서로 앙숙이지만 ‘고객을 위해서라면’ 20일간 서로 좋은 친구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1분짜리 광고에서 “Why Can't We Be Friends?” 가사는 무려 15번이나 불린다. 콜라보레이션의 진정성을 전달하고자 한 것이다.
15세기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후원하여 협업(collaboration)하게 하였다. 이 협업의 시너지효과로 신 중심의 사회에서 인간 중심의 사회로 이끄는 르네상스 시대가 탄생했다. 이 협업을 ‘메디치 효과’라고 부른다. 메디치 효과는 관련 없는 이종 간의 다양한 분야가 서로 교류, 협력하여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경영 이론으로 발전했다. 이는 정치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대한민국을 위해, 국민을 위해’ 지금 여야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다. 대한민국 정치에서 메디치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가? “Why Can't We Be Friends?”
김규철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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