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가 31일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3명 중 2명을 임명했다. 나머지 재판관 1명은 ‘여야 합의’를 전제로 추후 임명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헌법재판소는 우여곡절 끝에 재판관 ‘9인 완전체’ 구성을 위한 물꼬를 트게 됐다. 탄핵 정국 정치권 교착 상태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던 재판관 임명 문제도 새로운 국면으로 진입할 전망이다.
하지만 재판관 임명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완전체 구성에는 또다른 난관이 예상된다.
최 대행은 이날 오후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첫 주재한 정례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여야간 합의에 근접한 것으로 확인된 정계선(야당 추천)ㆍ조한창(여당 추천) 후보자를 즉시 임명하겠다”며 “나머지 한 분(야당 추천 마은혁 후보자)은 여야 합의가 확인되는대로 임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지난달 27일 추경호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공석인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 3명에 대해 국회 의석수에 따라 민주당이 2명, 국민의힘이 1명을 추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달 14일 윤 대통령 탄핵 소추가 가결된 이후 국민의힘은 대통령 권한대행의 임명권 행사 문제 등을 제기하며 임명 반대 입장으로 선회했다. 또한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마 후보자의 ‘이념적 편향성’ 등을 문제 삼아 후보자 추천 철회를 촉구했다.
최 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보류’ 판단은 이같은 여당내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27일 대통령 권한대행을 승계한 저는 하루라도 빨리 정치적 불확실성과 사회 갈등을 종식시켜 경제와 민생위기 가능성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임명을 결정했다”며 “다만 여야 합의를 통한 재판관 임명 관행을 강조한 전임 권한대행의 원칙은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최 대행은 “계엄 사태로 촉발된 헌법재판관 임명 보류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탄핵소추 이후 (경제 위기 우려가) 급격히 확대됐다”며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환율이 1470원대까지 상승했으며, 주요 외신들은 해외투자자들이 불확실성을 유지할 시 대규모 신용하락이 염려된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로 소비심리는 더욱 냉각되고 실물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는 사고 현장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절규와 고통을 목도했다. 더이상 갈등과 대립, 혼돈이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번 헌법재판관 임명을 계기로 정치적 불확실성을 털고 2025년 새해 사고 수습과 민생안정을 위해 여야정이 함께 힘을 모아 앞으로 나아가길 간절히 호소드린다”고 강조했다.
![]() |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주항공 여객기사고 긴급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 대행의 임명권 행사 직후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대통령 탄핵심판은 국가 중대사다. 어느 때보다 재판 과정에서 적법절차와 완결성이 중요하다”면서 “헌법재판소가 탄핵 기각ㆍ인용 중 어떤 결정을 내린다고 해도 우리 사회는 극심한 대립과 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최 대행의 헌법재판관 임명 강행은 ‘헌법상 소추와 재판 분리’라는 대원칙을 위배했다며 “탄핵소추인인 국회가 탄핵 판결의 주체인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 대행의 결정은 야당의 탄핵 협박에 굴복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희생시킨 것”이라며 “오늘의 결정은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역시 마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해 ‘국회 선출권 침해’ 행위라며 반발했다.
조국혁신당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 권한대행을 ‘민주주의 파괴자’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회에서 선출한 재판관 가운데 2명만 자기 멋대로 골라 임명했다. 여야가 합의가 되면 좋지만 안되더라도 국회에서 적법하게 선출한 재판관에 대해선 당연히 모두 임명해야 한다”며 “그게 대통령 권한대행의 의무”라고 지적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또한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것은 사실에 기초하지 않은 채 국회의 논의 과정을 왜곡한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9인 체제의 정상가동을 지연시키고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내란ㆍ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거부권)안을 의결했다.
최 대행은 이에 대해 “위헌성이 해소되지 않은 특검법을 또다시 정부에 이송했다”며 “헌법을 수호할 책무가 있는 국무위원으로서 국익을 침해하는 특검법안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게 적절한지 수 없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특검은 삼권분립에서 예외적인 제도인 만큼 더욱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국민들이 특검 결과를 수용하고 의혹을 말끔히 해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강성규 기자 ggang@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