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바로가기
[현장] '가히' 만든 그 회사, 이번엔 '인디'만 모았다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
기사입력 2025-01-07 17:06:59   폰트크기 변경      

서울 종로구 북촌 와이레스 플래그십 매장 1층에 전시 제품과 카페가 마련돼 있다./사진=코리아테크

[대한경제=오진주 기자] ‘나튀에상스’, ‘벨더’, ‘아워무어’, ‘테테티’까지...

7일 찾은 서울 종로구 북촌 와이레스(YLESS)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처음 보는 브랜드의 화장품을 들어 뒤집어보니 제조사는 모두 한국콜마 아니면 코스맥스다. 이름은 낯설지만 유명 뷰티 브랜드와 견주려는 인디 브랜드들이 거품을 쏙 빼고 이곳에 모였다.

와이레스는 멀티밤이라는 새로운 화장품 카테고리를 개척한 브랜드 ‘가히(KAHI)’를 운영하는 코리아테크의 플래그십 스토어다. 지난달 코리아테크는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와이레스 앱을 공개하고 북촌에서 한옥 모양의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중소 브랜드를 한곳에서 만날 수 있는 ‘인디 브랜드의 올리브영’인 셈이다.

실제 현재 플래그십 매장에서 판매하는 20여개 브랜드, 1000여종의 제품은 다른 오프라인 플랫폼에서 판매한 적이 없는 브랜드들이다. 모두 와이레스에서 처음으로 소비자를 만난다.


공장을 주제로 꾸며진 와이레스 플래그십 매장 모습./사진=오진주 기자

코리아테크의 시작은 화장품 회사가 아니다. 사업 초기 세제부터 의료기기까지 각종 생활용품을 유통했던 코리아테크는 2020년 가히로 대박을 터뜨리면서 뷰티업계에서 유통의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됐다. 백화점에 들어가는 제품과 비슷한 성분으로 만들었지만, 마케팅에 투자하지 못하거나 높은 수수료 때문에 유통 플랫폼을 찾지 못한 인디 브랜드를 목격했다.

이에 코리아테크는 그동안 자신들의 갖춘 유통망과 물류를 활용해 인디 브랜드를 선보일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코리아테크 관계자는 “배송 시스템을 갖추기 어려운 인디 브랜드 중 기존 유통 플랫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다 보니 초기 철학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보게 됐다”며 “와이레스가 구축한 네트워크와 마케팅 전략을 이용해 이들이 처음 아이디어를 지켜갈 수 있길 바라는 데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와이레스 플래그십 매장에 인디 브랜드 화장품이 진열돼 있다.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지만 용기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같은 모양의 용기에 담았다./사진=오진주 기자

매장에 있는 20여개 브랜드를 살펴보면 같은 카테고리의 화장품은 비슷한 모양의 용기에 담겨있다. 품질은 유지하되 가격은 낮추기 위해 용기 제작에 들어가는 비용을 아꼈기 때문이다. 브랜드사가 제조사개발생산(ODM)사에 제작을 의뢰할 때 특별한 용기를 원하면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소비자 가격으로 전가된다. 와이레스 매장에 있는 제품은 이런 부분에 힘을 주지 않는 대신 품질에 투자했다.

이런 방법으로 가격은 저렴하지만 유명 브랜드와 겨눌 만한 추천 제품에는 ‘윙크’ 표시를 해뒀다. 윙크 제품 중 에스티로더의 ‘갈색병’처럼 보이는 제품을 집어 들었더니 중소 브랜드 제품이다. ‘짝퉁’처럼 보일 수 있지만 품질을 확보한 가성비 제품이다.


방문객들이 와이레스 플래그십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사진=오진주 기자

기존 대형 뷰티 플랫폼에서 볼 수 없는 시도를 할 수 있는 것도 와이레스의 장점이다. 마치 피가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블러드 드롭 립오일’과 입술을 도톰하게 만들어주는 ‘코리안 스파이시 파이어 부스트 립 플럼퍼’ 등 한국인이 많이 사용하지 않는 제품을 이곳에서 만날 수 있다. 새로운 시도를 한 ‘퍼스트 트라이’ 제품이다.


이런 제품들은 주로 미국 소비자와 플래그십을 찾는 외국인들 대상으로 한다. 한국에서 K-뷰티를 경험한 뒤 돌아가 와이레스 앱으로 구매를 유도하겠단 계획이다. 북촌에 매장을 조성한 것도 외국인 고객을 더 많이 만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앱 론칭 국가도 늘릴 방침이다. 올 상반기 중 일본 진출을 예고하고 있고, 앞으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코리아테크는 궁극적으로 인디 브랜드와 함께 기획하고 글로벌 진출까지 돕는 원스톱 뷰티 유통 플랫폼을 목표로 한다. 코리아테크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가 플랫폼 수수료와 정책에 끌려다니거나 파트너를 찾아 헤맬 필요 없도록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진주 기자 ohpearl@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프로필 이미지
생활경제부
오진주 기자
ohpearl@dnews.co.kr
▶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대한경제i' 앱을 다운받으시면
     - 종이신문을 스마트폰과 PC로보실 수 있습니다.
     - 명품 컨텐츠가 '내손안에' 대한경제i
법률라운지
사회
로딩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