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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김현희 기자] 달러 강세 현상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으면서 국내 시중은행들이 올해 외화조달 목표치를 상향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매년 외화조달 발행 규모는 상환해야 하는 외화채권 수준으로 맞췄지만, 올해는 원ㆍ달러 환율 급상승에 따른 자산손실 등을 고려해 외화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을 최소 평균보다 높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외화채권 상환 규모는 50억달러(7조3700억원 수준)다. 매년 외화채권 상환 규모만큼 조달하기 때문에 올해 4대은행의 외화조달 목표치이기도 하다.
일부 은행들은 올해 외화조달 목표치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따라 외화LCR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에 외화조달 규모를 더 늘리자는 것이다. 원ㆍ달러 환율은 지난 10일 기준 1473.9원을 기록하는 등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10일(1430.5원)보다 무려 40원 이상 오른 상태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은 지난해 11월 미국IR 당시 원ㆍ달러 환율 1400원대 수준에서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우려했지만 은행권은 올해 원ㆍ달러 환율 1500원 안팎까지도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원ㆍ달러 환율 상승은 BIS 자기자본비율은 물론 외화LCR 악화도 야기한다. BIS 자기자본비율은 외화자산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원ㆍ달러 환율 상승만큼 높아지기 때문에 위험가중자산 대비 자본비율이서 낮아진다. 외화LCR은 30일간 은행이 외화유출을 대비해 비축해야 하는 달러와 미국채 등 고유동성자산 비율인데, 원ㆍ달러 환율 상승만큼 외화유동성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다보니 은행들은 환율 상승을 대비해 올해 조달 목표 수준보다 추가 발행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4대은행의 외화LCR 평균이 160% 이상인 만큼 현재까지 우려할 수준이 아니지만 일부 은행들은 비상시 외화LCR 수준을 최소 150% 유지할 수 있도록 추가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해 9월 기준 4대은행의 외화LCR은 평균 157% 수준이었다.
은행권은 외화조달 환경에 대해 조달 프리미엄이 높아질 수 있지만, 최근 수출입은행이 외화채권 발행을 성공함으로써 조달환경을 개선해줬다는 평가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7일 30억달러 규모의 외화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당초 20억달러 규모로 발행할 목표였는데, 400여개 투자자로부터 최대 100억달러 규모의 주문이 쏟아지는 등 투자수요가 몰리며 최종 발행금리도 처음 제시한 것보다 0.25%p 이상 줄였다. 국책은행이 대규모 외화채권 발행비용을 이렇게 줄여준 만큼 국내 은행권의 외화조달 환경도 크게 개선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원ㆍ달러 환율 상승에 대한 대비로 올해 발행 목표치보다 추가 조달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지만 수출입은행이 외화채권 발행 환경을 개선해준 만큼 우려감이 줄었다"고 말했다.
김현희 기자 m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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