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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석] “변화의 바람에 맞선 40년…지속가능한 100년 기업, 마지막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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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1-13 08:12:06   폰트크기 변경      

‘K-풍력타워 신화’ 김성권 CS윈드 회장
해상풍력 볼모지에서 글로벌 1위로 ‘우뚝’

40년 전부터 영업ㆍ협상능력 발군
철물, 발전소 굴뚝 제작하다 풍력발전 가능성 확인

위기 때마다 발현된 승부사 기질
글로벌 에너지 업체와 신뢰 쌓는 계기 마련

하부구조물 업체 ‘블라트’ 인수…풍력 포트폴리오 확장
“기업은 끝없이 성장, 발전해 나가는 것”


김성권 CS윈드 회장이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풍력발전기 모형을 보며 풍력타워 구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안윤수 기자


바람은 무색(無色)ㆍ무취(無臭)ㆍ무미(無味)하지만, 발전원으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다.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이 무탄소 발전원은 기술 개발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며 매년 100GW 이상의 신규 설비가 설치되고 있다. 미국ㆍ유럽 등 일부 선진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다. 풍력은 한국을 포함해 중국, 인도, 중동 등 전 세계가 주목하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았다.

눈썰미와 실행력이 남달랐던 김성권 CS윈드 회장은 일찍부터 바람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40년 전 첫 창업을 한 이래 사업에 관한 동물적 감각을 키워 온 그는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의 성장을 확신했고, 인생을 걸었다. 시작은 건축자재 구매 담당 직원이었으나, 지금은 전 세계 1위 풍력타워 업체의 경영자가 됐다. CS윈드의 풍력타워 세계 점유율은 약 15%, 지난해 매출은 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 강남구 CS윈드 본사에서 만난 김성권 회장은 “건설사에서 구매 담당 업무를 하다 만 30살에 자재 유통 분야로 창업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에 한국기업 건설현장만 40여개가 있었다. 부지런히 돌아다녔고, 일거리를 많이 따왔다. 그때는 영업만큼 쉬운 게 없었다”며, “무역업만 4∼5년 정도 하다 보니 한계를 깨달았고, 철물 제조로 넘어갔다. 처음엔 철문, 창호 등만 제작하다가 철구조물로 확장했고 화력발전소 굴뚝까지 만들었다. 그것이 풍력타워 사업까지 이어진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화력발전소 굴뚝에서 아이디어 얻어
CS윈드의 풍력타워 사업 진출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이 미 플로리다주에서 진행한 화력발전소 프로젝트가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CS윈드는 9기의 화력발전소 굴뚝을 납품하기로 했는데, 이 과정에서 후판을 절단 및 벤딩(구부리는 작업)하는 철판 가공기술과 부품을 연결하는 용접기술을 발전시켰다.

발전소 굴뚝은 풍력타워와 구조가 유사하고, 철판가공 및 용접 기술이 중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시의 경험은 2003년 세계 풍력발전 3위 업체였던 덴마크의 NEG-마이콘(현 베스타스)과 총 55기의 풍력타워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김 회장은 “2000년대 들어 화력발전 건설은 서서히 감소하는 추세였고, 신재생발전은 미래가 보장된 사업이었다. 굴뚝은 많이 들어가 봐야 프로젝트당 5∼6개인데, 풍력타워는 50개, 100개씩 투입되다 보니 사업 규모도 달랐다”며, “이미 풍력타워를 제작하는 업체가 국내에 있었기 때문에 차별화가 필요했다. 인건비와 기능공 구인, 원가경쟁력 등을 고려해 베트남에 제조 공장을 건설했고, 타사 대비 반값에 제품을 납품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20년 파트너십의 계기가 된 배상금 분쟁

풍력발전기의 타워와 터빈. CS윈드는 풍력타워 세계 점유율 15%를 기록하는 글로벌 1위 업체다. /사진:CS윈드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외국에서 공장을 건설하는 동시에 수십개의 풍력타워를 제작하다 보니 납기에 문제가 생겼다. 2004년 NEG-마이콘이 당시 세계 1위 업체인 베스타스와 합병된 이후 제품 품질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첫 생산 제품이었고, 현지 인력의 숙련도 또한 부족해 품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다.

베스타스는 CS윈드에 223만달러에 달하는 배상금을 요구했다. 현지 공장의 생산성 저하로 150만달러의 경영손실도 발생했던 시점이었다. 당장 수백만달러의 자금을 마련할 수 없었던 김 회장은 베스타스로부터 베트남 공장을 넘기라는 제안까지 받았다.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승부사 기질을 발휘했다. 김 회장은 우선 공장 소유권 이전은 불필요한 법적분쟁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신 베스타스가 충분한 물량의 풍력타워를 발주하면 CS윈드가 값싸게 제작하고, 중장기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양질의 풍력타워 공급이 꾸준하게 필요한 베스타스 입장에서도 고민해볼 만한 제안이었다. 여기에 경영 정상화를 위한 시간만 주면 배상금에 이자까지 더해주겠다고 설득했다.

김 회장은 “협상을 거쳐 배상금이 233만달러에서 180만달러로 낮아지고, 상환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연장됐다. 또, 5년간 독점계약을 맺어 제품을 납품하기로 했는데, 생산 케파가 부족하다고 하니 200만달러 규모의 기계설비를 사주겠다고 하더라. 구매비용은 4∼5년간 나눠 갚는 조건이었다. CS윈드로서는 너무나 다행스러운 결과였다”고 소개했다.

이어 “20년 전만 해도 베스타스와 거래 규모가 수백만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4억∼5억달러로 커졌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한 고객과의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시의 경험을 잊지 않고, 우리도 협력업체들과 최대한 좋은 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하부구조물 업체 인수…“100년 기업 만들 것”
CS윈드는 2023년 덴마크 하부구조물 업체 블라트를 인수했다. 지분 100% 인수금액은 270여억원이지만, 블라트가 보유하던 부채 등을 고려하면 약 2000억원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만년 적자 기업을 인수하는 선택에 의심의 눈초리도 많았지만, 현재 블라트는 수익구조 다각화의 큰 축으로 재탄생했다. 하부구조물까지 생산하면서 타워와 함께 풍력 인프라를 일괄 공급하는 회사로 거듭난 것이다.

CS윈드는 2022년만 해도 매출 100%가 풍력타워 사업에서 발생했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하부구조물 분야는 매출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인수 이후 처음으로 미국 해상풍력단지 하부구조물 수주 계약을 체결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김 회장은 “40년 전 강남 아파트 2∼3채를 살 수 있는 억대 연봉을 포기한 채 창업을 했다. 풍력타워 사업을 시작한 20년 전 회사 매출은 60억∼70억원이었지만, 지금은 400∼500배 성장했다”면서, “내가 1954년생이라 올해 만으로 71세다. 사람은 영원히 살지 못하지만, 기업은 끝없이 성장하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지난해 창립 40주년이었다. 앞으로 50년ㆍ100년 더 갈 수 있는 기업을 어떻게 만들 것이냐가 마지막 남은 숙제”라고 강조했다.



풍력타워 제조 넘어, 에너지 발전사업 확장

김성권 CS윈드 회장이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풍력타워 글로벌 1위에 오른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지난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CS윈드의 비결은 역시 '고객과의 신뢰'였다. /사진:안윤수 기자


CS윈드는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뛰어난 안목을 지니고 있다. 주력사업은 풍력타워 제조지만, 전 세계 톱티어 시행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수익을 내는지 수십년간 학습해온 결과다. 김성권 CS윈드 회장이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신사업의 또 다른 축으로 설정한 이유다.

에너지 개발사업은 자회사인 CS에너지가 책임지고 있다. 법인은 2018년에 설립했지만, 본격적인 사업 확장은 작년부터 시작했다.

현재 국내에선 400㎿ 규모의 동해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추진 중이다. 태양광 사업도 15㎿ 규모로 준비하고 있다. 베트남ㆍ미국 등 해외 사업도 동시에 진행한다. 특히, 미국 텍사스와 버지니아 등에선 ‘ASB1 Project(130㎿)’, ‘JSB1 Project(200㎿)’ 등 태양광 발전사업을 기획해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주식회사 그린에너지, 캐이와이솔라, 캐이지이 등 발전사업을 위한 법인을 9개나 설립했다. 모두 태양광 및 풍력발전을 위한 사업체로, 에너지 생산에 대한 CS윈드의 의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국내 발전공기업 중 해외 사업에 가장 활발한 한국중부발전과는 해외 신재생에너지 시장 개척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자본금이 풍부한 발전공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더 다양한 해외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게 됐다.

김성권 회장은 “CS에너지는 7년 전에 설립했지만, 실질적인 발전사업은 작년부터 시동을 걸고 있다”며, “에너지 개발사업은 미래 먹거리의 한 축이다. 다양한 방향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성권 CS윈드 회장은?
△1954년 출생 △1974년 중앙대 무역학과 졸업 △1979년 극동건설 입사 △1984년 아담이스트 설립 △1987년 중산정공 설립 △2003년 베트남 법인 CS윈드 Towe 설립 △2006년 CS윈드 설립(중산정공 사명 변경) △2008년 베트남 호찌민 한인상공인연합회장 △2023년 블라트 인수



인터뷰=정회훈 건설기술부장

정리=신보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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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부
신보훈 기자
bbang@d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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