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성ㆍ품질ㆍ안전ㆍ가치 ‘기본 틀’
공공 설계비 20년 전 수준에 고착
민간은 기준 없어 과당경쟁 내몰려
건축사 업무대가 지급보증 도입
공사 감리자 독립성 확보도 강화
자격제도 완화 등 제도혁신 총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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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 대한건축사협회장이 서초 서초구 협회 회관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대한건축사협회 제공. |
[대한경제=전동훈 기자] “건축사업무 대가기준 정상화는 단순히 보수 차원의 문제가 아닙니다. 국내 건축서비스의 공정성과 품질을 보장하고, 건축물의 안전과 문화적 가치를 높이는 첫걸음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대한건축사협회 김재록 회장은 최근 <대한경제>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건축사들의 숙원으로 꼽혀온 ‘민간 대가기준 정상화’를 올해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협회 창립 60주년을 맞아 제도 혁신을 본격화하고 한국 건축문화의 새 지평을 열어간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우선 민간 건축시장의 현실을 지적하며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국내 부동산 가격은 30년 전과 비교해 수십 배 이상 상승했지만, 건축사들이 받는 설계 대가는 제자리걸음”이라며 “공공이 발주하는 설계용역의 대가는 약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데다, 민간 부문은 기준 자체가 없어 과당 경쟁이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국내 건축 설계 대가는 해외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선진국의 경우 설계 대가가 통상 총 공사비의 7~8% 수준인 데 반해, 국내는 3∼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이어 “건축사들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설계·감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비로소 건축물의 품질과 안전도 확보한다”고 강조했다.
공사 감리자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허가권자지정감리제’의 대상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중·대형 건축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관리 기준이 미흡한 소규모 건축물은 연면적당 재해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며 “특히 준다중이용 건축물과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의 경우 공공의 체계적인 관리감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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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록 대한건축사협회장이 서초 서초구 협회 회관에서 <대한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대한건축사협회 제공. |
민간 건축 경기 침체로 심각해진 ‘설계비 미수금 문제’ 해결에도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건축사 업무대가 지급보증제도’ 도입을 추진하면서다.
김 회장은 “현재 제도 도입을 위해 관련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며, 향후 건축사법 개정까지 힘쓸 생각”이라며 “업무를 수행한 후 대가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예방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해 업무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축사 자격제도’의 문턱도 낮춘다. 4년제 건축학과 졸업자와 비전공자의 건축사 시험 응시가 제한적이며, 교육과정도 실무와 연계성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판단에서다. 김 회장은 “젊은 인재가 건축산업에 고루 유입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며 “교육과정 역시 설계와 공학 과목의 균형을 맞추고 실습·이론 교육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전환에 대응한 역량 강화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지속가능한 설계, 탄소중립 건축, 재난 안전 관리, 스마트시티 등 미래 건축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전문 교육을 확대할 것”이라며 “건축 설계, 도시계획, 환경·구조 공학 등 분야별 심화 과정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 건축 세계화를 위한 발걸음도 본격화한다. 특히 오는 9월 인천에서 열리는 ‘아시아건축사대회’는 올해 협회의 역점 사업으로, 한국 건축계의 새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김 회장은 “19개국 건축사들이 참여하는 이번 대회는 한국이 아시아 건축문화의 허브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 건축의 역사와 기술, 디자인 철학을 세계에 알리고 침체된 건축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라고 평했다.
김 회장은 “건축사는 단순히 도면 작성자가 아닌 건축물의 안전과 기능을 책임지는 전문가”라며 “대가기준 정상화를 시작으로 건축계 현안 해결에 앞장서고 대한민국 건축문화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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