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자위 야당 의원 대상 설명회 진행
대형원전 1기 줄인 수정안 제시
정동욱 총괄위원장 “바람직한 방향 아냐…아웃룩 형태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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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27, 28번째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원자력발전소 신한울 1, 2호기 전경./ 사진:한수원 |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정부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실무안 대비 원전 발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조정안을 제시하면서 전기본 수립 절차에 대한 신뢰성에 금이 가고 있다. 이번 조정안은 국회 보고 일정을 잡기 위한 일종의 고육지책이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90여 명의 전문가가 치열한 회의 끝에 도출한 실무안을 한순간에 뒤집은 결과가 됐다.
정치권 입김에 따라 발전 비중이 변경되는 사례가 나온 만큼, 실무안 수립 과정의 변화도 불가피해졌다. 앞으로는 전기본에서 발전원별 설비용량 확정을 최소화 하고, 미래 전력수요치 정도만 제시하는 아웃룩 형태로의 전환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을 대상으로 11차 전기본 수정안을 설명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야당 간사인 김원이 의원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의원 다수가 참석했고, 발표는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이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관계자는 “오전부터 최남호 차관을 비롯한 산업부 관계자들이 수정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가졌다. 산자위원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야당 의원들만 따로 모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가 제시안 수정안은 2038년까지 건설하려던 대형원전 3기를 2기로 축소하고, 빈자리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채우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2038년 원전 발전 예상량은 249.7TWh에서 248TWh로 낮아졌고, 재생에너지는 204.4TWh에서 206.2TWh로 늘었다.
정부의 수정안 제시로 국회 보고 가능성은 커졌으나, ‘주먹구구식 계획 수립’이라는 비판도 뒤따르게 됐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2023년 7월 전력정책심의회에서 수립 절차가 확정됐고, 총괄위원회 및 워킹그룹 전문가들이 총 87회에 걸친 회의 끝내 도출한 결론이다. 지난해 5월 초안 발표 이후 환경영향평가와 공청회를 거치면서도 내용에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야당에서 원전 비중 축소를 요구하며 국회 보고 일정을 잡아주지 않자 급하게 발전 비중이 변경됐다.
원전 업계 관계자는 “대형원전은 짝수 건설이 경제적이라 2기만 먼저 짓고, 1기는 추후 건설 여부가 확정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문제는 원전 발전 축소가 아니라 수정안이 나오게 된 과정”이라며, “국가의 15년 전력수급계획이 이런 식으로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기후전문가인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등 떠밀리듯 급조된 전기본으로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안정적 전력 공급이 가능하겠냐”라며 우려를 표했다.
향후 전기본 구성 과정에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 발달로 전력수요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정치권 입김까지 세진 만큼 확정 설비용량을 제시하는 대신 전체적인 전력수요만 제시하는 형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11차 전기본 총괄위원장을 맡았던 정동욱 중앙대 교수는 “국회 보고는 여야 의원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과정인데, 사실상 승인 절차가 돼 버렸다. 정부 입장에선 송전망 등 후속 계획을 세워야 해 수정안을 제시했지만,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라면서, “11차 실무안에선 무탄소 경쟁입찰 제도를 도입해 아웃룩 형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전체 전원의 약 1% 규모였는데, 12차에선 이 비중을 5% 정도로 늘려도 괜찮을 것 같다. 발전원을 확정하지 않고 원전, 재생에너지, 수소 등이 경쟁을 통해 낙찰되는 방식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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