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에 유입된 자금은 전년의 75% 수준인 1151억원에 머물렀다. 새해에는 그동안 꽁꽁얼어붙은 시장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과 함께 금리 인하 행진, 탄핵정국 마무리 등과 맞물리면서 다소 풀릴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구상과 추상화 경매는 물론 설치미술, 사진예술, 미디어아트 등 ‘백가쟁명(百家爭鳴)식 경매’로 재편될 전망이다. 경매회사들은 국내외 인기 작가들을 선발해 라인업을 꾸리고 있다.
케이옥션은 새해 시장을 비교적 낙관적으로 분석하면서 오는 22일 열리는 을사년 첫 경매에 김환기를 비롯해 천경자 김창열 정상화 등 블루칩 작가들의 수작 118점을 입찰대에 올린다. 출품작들의 추정가치만도 약 70억원에 달한다.
손이천 케이옥션 홍보이사는 “트럼프 1기에는 고가 미술품이 부유층의 안전자산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세계 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다”며 “트럼프 2기에도 국제 미술시장이 어느 정도 회복국면이 예상되는 만큼 가격 조정을 받고 있는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을 싼 가격에 투자할 기회”라고 말했다.
케이옥션이 오는 22일 실시하는 경매에 출품된 김환기의 1969년작 '무제'. 사진=케이옥션 제공 |
케이옥션은 올해 첫 경매인 만큼 '국내미술시장의 대장주' 김환기의 작품 8점(약 21억원)을 전면에 내세었다. 뉴욕시대 제작된 '무제'와 ‘4-XI-69 #132'(추정가 8억~18억원)이 단연 돋보인다. 1969년 작 ‘무제’는 1984년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전 '김환기 10주기‘전시회에 출품된 희귀작이다. 산이나 달과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기하학적 색면과 색점으로 채웠다. 중앙에 위치한 푸른 원은 다양한 색점들과 어우러지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균형감있게 수놓았다. 입찰은 9억5000만원에 시작할 예정이다.
김환기의 또 다른 점화 ’4-XI-69 #132‘는 깊은 파란색의 배경에 흰색과 검은 색의 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게 특징이다. 색점들은 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로 배열되어 있지만 자연의 리듬과 우주적 질서를 은유적으로 묘사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추정가는 8억~18억원이다.
천경자의 1970년대 대표작 ’백일‘도 추정가 3억~5억5000만원으로 경매에 부쳐진다. 1975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열린 ’제24회 국전‘ 심사위원 부문에 출품된 작품이다.
천경자의 '백일' 사진=케이옥션 제공 |
청색과 보랏빛이 섞여 있어 사실적인 동시에 환상적인 느낌을 준다. 마릴린 먼로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연한 보라색 등나무꽃을 배경으로 형형색색의 나비를 대조적으로 묘사한 게 이채롭다.
물방울 화가 김창열의 작품도 새주인을 찾는다. ’회귀 SH9006‘가 2억4000만~4억원에 나오고, 또다른 작품 '물방울 SI201501'이 추정가 1억7000만~2억4000만원에 출품됐다.
정상화, 하종현, 등 단색화가의 작품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정상화의 '무제'(1억7000만~4억원), 하종현의 ’접합 97-012'(3억~5억3000만원) 등이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입찰대에 오른다.
케이옥션은 모처럼 강요배 작품도 라인업했다. '참외밭'(1500만~4000만 원)과 '봉숭아'(1300만~5000만원) 두 점 모두 단순한 풍경 묘사를 넘어 자연 속에서 느껴지는 자연의 생명력과 순환 그리고 조화로움을 강렬하면서도 조화로운 색으로 묘사한게 색다르다.
이진우의 '무제' 사진=케이옥션 제공 |
이진우의 '무제'
국내보다 해외시장에서 더 주목을 받고 있는 이진우의 '무제 No. 16c-018'(5000만~9000원)과 '무제 No. 16c-030'(2000만~5000만원)도 경매 입찰대에 올린다. 프랑스에서 재료학을 공부한 이진후는 숯과 한지라는 가장 한국적인 소재로 한국의 정체성을 구현해 왔다. 동서양의 재료를 활용해 노동집약적이며 독특한 창작물을 탄생시킨 작품이어서 더욱 눈길을 끈다.
출품작들은 경매가 열리는 22일까지 케이옥션 전시장에서 예약 없이 무료로 만나 볼 수 있다.
경매 참여는 케이옥션 회원(무료)으로 가입한 후 서면이나 현장 응찰, 전화 또는 온라인 라이브 응찰을 통해 할 수 있다. 경매 당일은 회원가입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경매 참관이 가능하다.
김경갑 기자 kkk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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