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에서 관계부처·기관 및 민간위원과 함께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2단계 입법을 위한 본격적은 논의에 착수하기로 하고, 2단계 입법의 주요 과제와 향후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 사진=금융위 제공 |
[대한경제=김관주 기자] 시장의 예상과는 달리 금융당국이 가상자산 법인계좌 허용 대신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조만간 출범할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달러 패권을 위해 스테이블코인을 내세우면서 금융당국도 시급히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겸 가상자산위원회 위원장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미국이 트럼프 정부 출범 후 가상자산 제도화 논의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글로벌 주요국은 가상자산 규율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특히 법정화폐 등과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금융시스템 안정 및 통화정책과 연계된 특성 등을 감안해 별도의 사업자·거래 규율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가상자산위는 2단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중 스테이블코인 규제에 초점을 맞췄다. 올 하반기 중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스테이블코인은 특정 자산에 가치를 고정해 가격 변동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그간 업계는 금융위가 올해 주요 업무 추진 계획에 법인의 가상자산 계좌를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만큼 이번 가상자산위에서 이를 다룰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시장의 관측은 빗나갔다. 다만, 김 부위원장은 “지난번 논의했던 법인의 실명계좌 허용 이슈는 총 12차례 분과위원회 및 실무 태스크포스(TF) 논의 등을 거쳐 정책화 검토가 마무리돼 가는 단계”라며 “빠른 시일 내 가상자산위에 결과를 보고하고 후속 절차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는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달러의 독점적 지위를 보호하고자 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움직임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 공화당은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를 명확히 하는 중이다.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금지조항을 도입하고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의 토큰을 뒷받침하기 위한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을 1대 1의 비율로 보유해야 한다는 법안을 내놨다.
국내에선 스테이블코인 시장이 크게 성장한 상태다. 문제는 주요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와 USD코인(USDC) 등이 달러에 가치가 고정돼 있다는 점이다. 테더는 비트코인, 이더리움에 이어 세 번째로 시가총액이 크다.
이에 전문가는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원화 통화주권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미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입법 작업을 통해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고 있다. 김갑래 한국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상자산 제2단계 입법사항인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이러한 지급수단 토큰화 정책은 국내 지급결제 시스템의 혁신과 국제 경쟁력 강화는 물론 원화 통화주권 유지에도 기여하는 효과를 가진다”고 말했다.
김관주 기자 p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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