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계엄 선포 이유로 ‘부정선거’ 내세워
이준석ㆍ황교안 등 ‘설전’으로 논란 확장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차기환 변호사와 대화하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 일부 극우 인사들 중심으로 외혹이 제기돼왔던 ‘부정선거’ 논란의 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22대 총선 부정선거 의혹을 내세운 데 이어 여권 인사들까지 동참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정당성을 설파하기 위한 근거로 ‘부정선거 음모론’을 거듭 제기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담화와 체포 후 공개한 편지에서도 부정선거 증거가 많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지난 21일 탄핵 심판 3차 변론 기일에 헌법재판소에 직접 출석한 윤 대통령은 “선거 부정 의혹이 해결되지 못해 국가 비상상황이 초래됐다”고 또다시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지난 2023년 10월 선관위 투개표 시스템에서 취약점이 발견됐다고 발표한 국정원 조사를 근거로 드는가 하면, 지난 2022년 대법원이 부정선거 증거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던 관인이 뭉개진 투표지 사진 등도 추가 근거로 제시했다.
윤 대통령 측 도태우 변호사는 탄핵심판 3차 변론에서 선관위의 투표 관리가 부실해 위조 투표지가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국내외 주권 침탈 세력에 의해 거대한 선거 부정 의혹이 있었으나 선관위나 법원, 수사기관을 통해 제도적으로 해결되지 못해 국가 비상 상황이 초래됐다”며 윤 대통령을 거들었다.
윤 대통령이 부정선거 논란을 전면으로 내세우면서 탄핵 정국의 초점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전 총리, 민경욱 전 의원 등 우익 인사와 극렬 지지층들이 유튜브 등에서 주장하던 수준에서 논쟁의 차원이 달라진 것이다.
대표적 부정선거 음모론자인 황 전 총리는 이번 국면에서 가장 앞장서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황 전 총리는 탄핵심판 3차 변론을 앞둔 지난 20일에도 SNS에서 “하루속히 부정선거 세력의 전모, 국제적 커넥션까지 온천하에 밝혀 드러나게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윤 대통령이 제일 부정선거에 미쳤다”며 비판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과 설전을 이어가며 판을 키워가는 모양새다. “부정 선거에 대한 1대 1 토론을 제안한 이 의원을 향해 천하람 의원ㆍ하태경 전 의원 등 부정선거 외혹 제기를 비판하고 있는 이들과 “한꺼번에 붙자”며 다자토론을 역제안하는가 하면, 최근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건으로 체포된 청년들에 대한 무료 변론을 진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윤 대통령 역시 체포에 앞서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최근 보수 지지자들 사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청년들을 향해 특별히 감사를 표하기도 했다.
김민전 의원과 같이 윤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옹호하거나 부정선거 여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는 등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부정선거 논란 앞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보수인사들이 부정선거 논란을 증폭시키는 상황이 극렬 지지층 결집을 이어가기 위한 의도가 담겼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탄핵 심판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계산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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