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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 신봉철 고려아연 노조 부위원장이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사진: 강주현 기자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고려아연이 MBK파트너스 측에 이사회 참여와 경영 참여를 전격 제안했다. 전날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뒤, 집중투표제와 이사 19인 상한제 등 주요 안건을 통과시켜 승기를 잡은 후 내민 화해의 손길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 사장은 24일 서울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이재중 부회장, 신봉철 노조 부위원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를 MBK에 전향적으로 개방하고 경영 참여의 길도 열어놓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이사 중 일부를 MBK 측이 추천하는 인사로 구성해 거버넌스 개선을 위해 노력할 것을 권고했고, 금융자본의 강점과 산업자본의 노하우를 결합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는 “분쟁 장기화는 고용 불안과 회사 경쟁력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며 “MBK는 자금력이 우수한 사모펀드로, 향후 트로이카 사업 자금 조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적대적이고 소모적인 전쟁을 계속 하겠다면 고려아연 전 임직원과 기술진, 노조는 절대로 그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을 통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위법하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SMC는 주식회사이며 공정거래법ㆍ상법상 외국회사 적용은 별개”라며 “SMC의 영풍 지분 매입은 위법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전날 임시주주총회에 앞서 고려아연은 호주 제련소 자회사 SMC를 통해 영풍 지분(10.3%)을 취득, 순환출자를 형성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했다. 박 사장은 “과거 3년 평균의 50% 이하 가격에 매입했고, 미래 가치를 고려하면 100% 합리적인 투자”라며 “SMC는 주식회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MBK 측은 이날 오전 김광일 부회장 주재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영권 방어를 위해 순환출자 방식을 활용한 건 명백한 공정거래법 위반인 동시에 배임”이라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등에 대한 형사고발을 예고했다. 임시 주총 결과에 대해서도 조만간 법원에 력 중지 가처분을 낼 방침이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재중 부회장은 40년 근속 경험을 토대로 고려아연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역설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국가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반도체, 2차전지, 방산은 물론 영유아용 분유와 화장품까지 아연이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봉철 노조 부위원장도 참석해 회사와 노조의 공조 체제를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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