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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진 영풍그룹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사진: 연합ㆍ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법적 공방으로 비화했다. 영풍ㆍMBK는 고려아연이 해외 자회사 썬메탈코퍼레이션(SMC)을 활용해 탈법적인 출자구조를 만들어냈다며 공정위 신고와 가처분 신청으로 총공세에 나섰고, 고려아연은 적법한 경영권 방어 수단이라며 맞서고 있다.
영풍ㆍMBK는 지난달 31일 영풍이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 박기덕 사장, SMC의 이성채 CEO(최고경영자)와 최주원 CFO(최고재무책임자) 등을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금지 및 탈법행위금지 위반 혐의로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총 하루 전날 고려아연의 100% 손자회사인 SMC가 최씨 일가 등이 보유한 영풍 지분 중 10.33%를 575억원에 취득하도록 관여한 이들로, 고려아연의 25.4% 지분권자인 영풍에 대한 상호주 구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내고 의결권을 제한했다는 게 영풍의 주장이다.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되면서 영풍ㆍMBK는 확실시됐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이 무산됐다.
영풍 측은 “SMC는 현금성 자산을 고려아연의 지급보증에 의존하는 회사로, 차입금을 재원으로 아무런 인수 유인이 없는 영풍 주식을 취득했다”며 “이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내 계열사 간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한 명백한 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영풍은 서울중앙지법에 임시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도 신청했다. 대상은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상한 설정, 액면분할, 사외이사 이사회 의장 선임, 배당기준일 변경, 분기배당 도입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 사항이다.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규정을 근거로 고려아연에 대한 영풍의 의결권을 위법 부당하게 제한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영풍은 “SMC는 호주법에 따라 설립된 외국회사일 뿐 아니라 그 폐쇄성을 감안할 때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에 더 가깝다”며 “최 회장 측 스스로도 관련 첫 공시에서 SMC의 법상 성격을 유한회사로 명시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규정한 상법 369조 3항이 적용될 수 없다는 강조했다. 상법 369조 3항은 문언상 ‘국내회사’이자 ‘주식회사’에 한정해 적용된다.
또 영풍ㆍMBK는 “최 회장 측이 공정거래법상 규제는 회피하면서도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적용받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규제에 대해서는 ‘외국회사’라 적용이 없다고 회피하면서도, 상호주 의결권 제한은 외국회사에도 확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이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였다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상호주 형성을 활용한 경영권 방어는 대법원 판례가 인정하는 적법한 수단이다. 대법원 판례는 상법 제342조의3 입법 취지에 대해 “다른 회사가 역으로 상대방 회사 발행주식의 10분의 1 이상을 취득함으로써 경영권의 안정을 도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판시하고 있다.
SMC도 “해외 제련 사업 경험이 부족한 영풍ㆍMBK가 경영권을 획득할 때 SMC의 사업규모가 축소될 우려가 크다”며 “SMC에 필수전력을 공급하는 고려아연의 호주 내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차질을 빚으면 호주 제련소의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또 SMC가 호주 회사법상 ‘주식회사형 비공개회사’(Proprietary Company, Limited By Shares)로 등록됐으며, 주식 발행과 사채 발행이 가능한 전형적인 주식회사라며 유한회사라는 주장에 반박했다. SMC가 보통주식 총 5억5183만1931주를 발행했고, 사채와 채권 발행 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주식회사의 본질적 요건을 모두 갖췄다고도 덧붙였다.
투자 측면의 합리성도 부각했다. SMC는 “영풍 주식을 시장가 대비 30% 할인된 가격에 매입했고, 연간 19억원의 배당수입이 예상된다”며 “영풍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1~0.2배 수준인 저평가 종목으로 향후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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