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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연합ㆍ로이터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하고 종전 협상 개시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특히 푸틴과 우크라이나, 중동, 에너지, 인공지능(AI), 달러 등 주제를 놓고 장시간 통화했다며, “우리는 전쟁으로 발생하는 수백만명의 죽음이 중단하기를 원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상대국을 오가는 상호방문 등 긴밀한 협력에도 공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젤렌스키와의 통화에 대해서도 “아주 잘 진행됐다”며 “그는 푸틴처럼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뮌헨안보회의에 대해 주로 논의했다며 “회의 결과가 긍정적으로 되길 바란다. 이제 이 어리석은 전쟁을 멈출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도 트럼프와 함께 ‘러시아의 침략을 막고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다음 단계’를 구상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해냅시다(let’s get it done)’”라고 SNS를 통해 전했다.
트럼프는 특히 뮌헨안보회의에 미국 대표단으로 참석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존 랫클리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에게 협상을 이끌라고 지시했다면서 “협상이 성공할 것이라는 강력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외교가에서는 미국 대표단이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전쟁 종식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젤렌스키도 이날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협정 초안을 제시했으며 검토 과정을 거친 후 뮌헨 안보회의에서 합의에 다다르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ㆍ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과 안전보장, 국경선 문제 등 첨예한 쟁점을 둘러싼 양측의 이견이 상당해 단번에 종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무엇보다 트럼프가 우크라이나 측의 요구와 괴리가 있는 견해를 견지하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 측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날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에 대해 “나는 그것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재차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역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종전 합의의 ‘현실적 결과물’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신 미국은 자국 이외의 다국적군의 주둔을 대안으로 내세우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역할은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유럽이 도맡아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젤렌스키는 유럽군의 주둔을 지지한다면서도 이는 반드시 ‘나토로 가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 “미국 없이는 실질적 안보 보장이 될 수 없다”며 평화유지군에 미군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국경선 문제에서도 사실상 러시아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전 수준으로 영토를 탈환하는 것에 대해 “그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면서도 “일부는 되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측 또한 일부 영토 조정은 불가피한 현실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지만, 국경선 문제를 안보보장 조건과 연계할 움직임도 보인다.
젤렌스키는 지난달 12일 “우리의 영토를 포기할 수 없다”면서도 돈바스와 크림반도 수복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했다.
또 나토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의 점령지를 즉각 찾지 못해도 휴전 협상을 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아울러 러시아가 통제하는 우크라이나 영토는 외교적인 방식으로 되찾을 수 있다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종전’이 아닌 ‘휴전’ 형태로 일단 멈추고, 남은 쟁점들을 정리해 나가는 단계적인 절차를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반대로 협상 조기 타결을 위해 젤렌스키에 대한 압박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트럼프가 수차례 관심을 표한 ‘희토류’ 등 우크라이나의 풍부한 자원도 협상의 변수로 주목된다. 젤렌스키는 최근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공동 개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저장 프로젝트 등을 제안했으며, 트럼프 또한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경제적 실리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파고든 전략이란 평이다.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우크라이나를 방문, 젤렌스키를 만난 뒤 “핵심 광물 거래는 평화 협정의 일부”라며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함께한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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