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울산 온산제련소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중국이 핵심광물 수출통제를 강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국내 유일의 인듐 생산기업인 고려아연이 미국 수요 30%를 책임지는 등 글로벌 공급망 ‘키 플레이어’로서 전략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와 관세청은 지난 4일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트, 몰리브덴, 인듐 등 5개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안티모니 수출통제에 이은 추가 조치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성격을 띠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긴급 점검 결과 국내 산업계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텅스텐 85%, 몰리브덴 90% 이상으로 나타나 대체 수입처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반면 인듐과 비스무트, 텔루륨은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어 중국의 수출통제 영향이 제한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인듐은 전 세계 제련소 중 고려아연이 가장 많은 생산량을 책임지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인듐 생산과 수요량은 약 1400t(톤)으로, 이 중 50%를 중국이 차지한다. 고려아연은 연간 약 150t을 생산해 글로벌 수요의 11%를 충당한다.
인듐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핵심 소재로, ITO(인듐 주석 산화물) 형태로 주로 사용된다. 이는 모든 평판 디스플레이 화면과 터치스크린에 필수적인 투명 전도성 산화물이다. 디스플레이 표면에 얇은 막 형태로 코팅돼 전기 신호를 빛으로 변환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5G 통신과 AI 반도체 산업에서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태양광 산업에서 박막 태양전지의 핵심소재로 주목받으면서 수요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수요 증가와 중국의 수출통제로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23년 ㎏당 221달러였던 인듐의 평균단가는 지난해 317달러로 치솟았는데, 업계가 물량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어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고려아연의 핵심소재 생산과 공급의 중요성도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이미 고려아연은 미국 인듐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기도 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인듐 수입국 중 한국이 29%로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사실상 고려아연이 미국 인듐 공급망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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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생산하는 인듐./사진: 고려아연 제공 |
고려아연은 아연 제련 과정에서 나오는 아연정광과 퓨머에 극소량으로 포함된 인듐을 회수하는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적극적인 기술투자를 통해 희소금속 회수율을 지속적으로 높여오기도 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과 CTO 이제중 부회장 등 현 경영진을 중심으로 인듐 등 희소금속 및 핵심광물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해 회수율 증대에 집중해 왔다”며 “국가기간산업으로서 국가경제와 안보, 나아가 중국 수출통제를 이겨낼 수 있는 국내외 핵심 공급망으로서 역할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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