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민ㆍ김연철, 징역 6개월 선고유예
[대한경제=이승윤 기자] 문재인 정부 시절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고위 공직자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 판단을 받았다.
2023년 2월 기소 이후 약 2년 만이다.
![]() |
(왼쪽부터)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 사진: 연합뉴스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허경무 부장판사)는 19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의 선고를 유예했다.
함께 기소된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의 선고가 유예됐다.
선고유예란 1년 이하의 징역ㆍ금고형이나 자격정지, 벌금형 등 범행이 가벼운 피고인에게 2년간 형의 선고를 유예하는 대신 특별한 사고 없이 지내면 처벌을 면제하는 일종의 ‘선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직권을 남용해 북한 주민들을 의사에 반해 강제로 북한으로 송환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거주이전의 자유 등을 방해했다”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반면 국가정보원법 위반 혐의를 비롯해 보고서 허위 작성, 중앙합동정보조사 조기 종결 혐의 등은 모두 무죄라고 봤다.
특히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최고위직 공무원들로서 관계 법령, 적법절차 원칙을 준수해 직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함에도 신속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나포된 시점으로부터 불과 2일 만에 북한 주민들의 북송을 결정하고 불과 5일 만에 이를 집행했다”며 “피고인들이 북송 결정과 집행을 정당화하는 논리대로라면 근대 형사법의 목적과 형사사법 절차가 모두 무용한 것이 돼 버리므로, 피고인들의 행위가 위법한 것이었음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남북 분단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돼 오면서 법적 논리로는 미처 다 설명할 수 없는 ‘모순과 공백’이 도처에 산재해 있어 피고인들이 이를 충분히 피해가며 적법 행정을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참작했다”며 “징역형을 선고하거나 그 집행만을 유예하기보다는 형의 선고를 유예함으로써 피고인들의 행위의 위법성은 확인하면서도 피고인들에게 실제상 불이익은 과하지 않게 하는 게 현 단계에서 가장 합리적”이라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실장 등은 지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2명이 해군에 나포된 이후 귀순 의사를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강제로 북한에 돌려보내도록 관계 기관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어민들이 선박에서 동료 16명을 살해하고 도주했다는 점을 들어 “귀순에 진정성이 없다”고 결론 내린 뒤 나포 닷새 만에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돌려보냈다.
또한 정 전 실장 등에게는 탈북 어민들이 국내 법령과 절차에 따라 재판받을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게 방해한 혐의도 적용됐다. 탈북 어민들도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국내 사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강제로 북한으로 돌려보낸 것은 위법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었다.
이와 함께 정 전 실장과 서 전 원장은 강제 북송 방침이 서자 중앙합동정보조사를 중단해 조기에 종결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서 전 원장의 경우 중앙합동정보조사팀의 조사 결과 보고서상 어민들의 귀순 요청 사실을 삭제하고, 조사가 진행 중인데도 종결된 것처럼 기재하는 등 허위 보고서를 작성해 배포하게 한 혐의(허위공문서작성ㆍ행사)도 적용됐다.
이 사건은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국정원의 자체 조사 이후 고발로 재점화되면서 여야 간의 정치 공방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통일부는 2022년 7월 ‘북한 어민들이 16명을 살해했는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취지의 입장을 내놓고 문재인 정부에서 공식 발표한 내용을 전면 부인하는 한편, 북한 어민들의 송환 사진과 영상을 공개해 위법성 논란에 불을 붙였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정 전 실장 등이 탈북 어민들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무시한 채 위헌ㆍ위법한 강제 북송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 전 실장 등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해 흉악범의 우리 사회 진입을 불허한 것”이라며 정치적 책임의 영역이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맞섰다.
이승윤 기자 leesy@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