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브릭스 국가들과 협력 강화
생산기지확대…새 가치사슬 구축
AI 등 미래 기술개발 투자 늘리고
美·中과 균형잡힌 외교전략 펼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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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이 24일 <대한경제>와 만나 미·중 패권전쟁 속 한국 경제의 대응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안윤수 기자 ays@ |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미국과 중국 간의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올해 국내 경제는 글로벌 불확실성과 산업구조 변화에 직면했다. 이에 우리나라는 기술혁신과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 삼아 성장해야 한다”
정유신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은 24일 <대한경제>와 인터뷰에서 “한국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글로벌 가치사슬에서 위치를 높여야 할 시점”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정 소장은 지난 2010년 중국 연구를 위해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를 설립한 중국 경제 전문가로, 현재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로도 재직 중이다.
최근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자국 중심 보호무역 주의를 강화하며 중국에 1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등 트럼프 1기에 이어 대중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양국의 갈등은 글로벌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확대돼 특히 중국과 미국이 주요 수출시장인 우리나라에 큰 위협이 될 전망이다.
정 소장은 “중국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수출제약을 돌파하기 위해 내수확대를 위한 ‘쌍순환’ 전략(국내 대순환과 국제 대순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의 수입대체 가속화는 한국에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대중국 수출이 둔화될 수 있고 그중 석유화학·정보기술(IT)·전기기계 산업 등에서 타격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 수출제품의 경쟁력이 강화될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대중국 무역흑자 감소로 전체 무역수지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핵심산업인 반도체 역시 미국의 규제강화와 중국의 자립전략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이 반도체 산업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중국에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면서 중국이 자체기술과 공급망 독립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정 소장은 “중국의 메모리 칩 분야 투자로 YMTC 등 중국기업의 기술력이 향상돼 한국기업의 시장 점유율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중국이 반도체 자급률 목표 70%를 달성할 시 한국 수출에도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과 홍콩이 한국 반도체 수출의 6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반도체 자립이 강화돼 수요가 감소할 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로 인한 첨단장비 도입제한 등도 애로 중 하나”라고 부연했다.
대응방안으로는 “적극적인 통상외교를 통한 새로운 시장개척이 필요하다”며 “산업 경쟁력 강화 및 AI, 바이오 등 신기술이나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재편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먼저, 정 소장은 인도 등 신흥국 및 자원수출국으로의 시장 다변화 필요성에 대해 짚었다.
그는 “중동·남아시아·아세안 등 신흥 시장진출을 확대해 특정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며 “아세안, 브릭스 국가들과 전략적 경제협력 등 미·중 갈등과 중국의 수출 다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통상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제기했다.
이어 “베트남 등 신흥국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해 한국과 중국, 제3국을 포괄하는 새로운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방법이 있다”며 “중소·중견기업 대상의 금융지원 및 무역보험 확대나 수출 관련 규제완화 등 적극적인 정책도 요구된다”고 거론했다.
정 소장은 첨단기술에 대한 투자를 과감히 확대함으로써 기술혁신과 산업고도화를 이뤄내야 한다고도 발언했다.
그는 “AI·하이브리드 차량·고체 전지 등 미래 기술개발을 가속화해야 한다”며 “첨단기술 분야에서 다른 국가와 협력을 확대해 기술격차를 줄이고 공동대응 능력도 키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수소 연료 선박·휴머노이드 로봇·전자 디스플레이 등 기술 우위 분야에 집중 투자해 제조업 경쟁력을 지속 강화해야 한다”며 “반도체 산업도 미국의 대중국 제재를 기회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정 소장은 “올해 한국은 부진한 내수에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압박까지 받아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국과 동맹을 강화하면서도 중국과 경제협력을 유지하는 균형 잡힌 외교전략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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