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8단체 공동 호소문 발표…“기업 생존 위협하는 상법 개정 우려”
“경영 차질 우려, 투자ㆍM&A 위축될 것”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상법 개정 논의 중단을 촉구하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주주 권익 제고를 제안하고 나섰다. 주요 기업들은 상법 개정이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8단체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 촉구를 위한 경제계 호소문’을 발표했다.
경제계는 주력산업의 경쟁력 위축과 신성장 동력 발굴 부진, 트럼프발 보호무역주의 확산, 내수 침체 등으로 기업들이 생존의 위기에 놓인 상황에서 상법 개정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가 경제의 밸류다운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국민과 기업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은 이사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임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경제계는 이러한 조항들이 이사 소송 남발, 경영권 위협, 투자와 M&A 위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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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안이 미치는 영향 / 한경협ㆍ상장협 제공 |
실제, 한경협과 상장협이 이날 공개한 매출액 상위 600대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56.2%가 상법 개정이 기업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응답했다. 긍정적 영향은 3.6%에 그치며 부정적 응답이 15.6배에 달했다.
부정적 영향의 주요 이유로는 △주주 간 이견시 의사결정 지연 및 경영 효율성 감소(34%) △주주대표소송과 배임죄 처벌 등 사법리스크 확대(26.4%) △투기자본 및 적대적 M&A 노출 등 경영권 위협 증가(20.8%) △투자결정ㆍM&Aㆍ구조조정 등 주요 경영전략 차질(17.9%) 등이 지적됐다.
특히, 상법 개정안 중 기업경영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내용으로는 △이사 충실의무 확대(40.2%) △집중투표제 의무화(34.8%) △감사위원 분리선출 인원 확대(17.9%)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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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이 투자 및 M&A에 미칠 영향, 글로벌 경쟁력에 미칠 영향 / 한경협ㆍ상장협 제공 |
상법 개정이 투자 및 M&A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서는 ‘축소될 것’이라는 응답이 약 절반인 46.4%로 응답한 반면,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글로벌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대한 질문에서도 ‘약화될 것’이라는 응답이 41.1%인 반면, ‘강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8.9%에 불과했다.
기업의 재무적 부담도 우려됐다. 73.2%가 기업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고, 감소를 예상한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69.6%는 이사회 의사결정이 지연될 것으로 봤고, 신속해질 것이란 응답은 0.9%에 그쳤다. 67%는 과도한 이사 책임과 임원배상책임보험료 증가로 사외이사 선임도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계는 대안으로 자본시장법 개정을 제시했다. 이미 정부와 상법 전문가들도 소수주주 피해 방지를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에는 동의하지만, 경제에 부작용이 큰 상법 개정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앞서 경제계는 작년 11월 ‘한국경제 재도약을 위한 주요 기업 사장단 긴급 성명’을 통해서도 상법 개정의 부작용을 경고한 바 있다. 당시에도 필요한 규제는 자본시장법에 핀셋으로 도입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기업들은 기업가치와 경영활력 제고를 위한 주요 과제로 법인세ㆍ상속세 등 조세 부담 완화(41.1%)와 사업활동 관련 규제개혁(40.2%)을 꼽았다. 아울러 차등의결권ㆍ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 도입(11.6%)과 배임죄 개선 등 기업ㆍ경영자 처벌 완화(6.3%)도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우리 기업들은 기존 사업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가운데, 극심한 내수부진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상법 개정은 위기상황에 대한 대응을 어렵게 하고, 행동주의 펀드의 경영권 공격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국내 기업들을 사지에 몰아넣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춘 상장협 정책1본부장은 “이번 설문조사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법 개정안이 기업경영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여 수많은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우려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지배구조 정책은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동시에 글로벌 정합성을 고려한 균형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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