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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헌법재판소는 ‘이념심판’의 장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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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2-23 18:06:06   폰트크기 변경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12ㆍ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ㆍ구속과 10차례에 걸친 탄핵심판 변론이 진행된 불과 두 달여 사이 우리 사회에서는 ‘내전’을 방불케 하는 극단적 갈등이 벌어졌다. 


그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는 물론 검찰, 법원, 헌법재판소까지 비난받거나 심지어 ‘공격’ 당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게다가 재판관 개인의 ‘성향’과 ‘이념’을 둘러싼 공세도 가열됐다. 탄핵심판을 이끄는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우리법연구회’ 활동 등 이력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핵심이다.

그러나 헌법학자와 개헌론자들은 헌재의 편향성이 아니라, 오히려 헌재의 ‘폐쇄성’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번 사태에서 논쟁거리로 떠올랐던 임명 주체와 절차와 함께, ‘법조인’ 출신 인사들에게만 주어진 자격 요건과 구성 방식이 ‘다양성’을 저해한다는 지적이다.


우리 헌법 제111조 제2항은 ‘헌법재판소는 법관의 자격을 가진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하며, 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라고 규정하고, 헌법재판소법 5조에서는 재판관의 자격을 ‘15년 이상 40세 이상인 사람’ 중에 ‘판사’ㆍ‘검사’ㆍ‘변호사’ 등 사실상 법조인 출신들로 제한하고 있다.

이 같은 형태가 당연하듯 여겨지고 있지만, 해외 사례를 보면 법관 출신에게만 문을 열어 놓은 경우가 오히려 드물다. 독일은 16명의 재판관 중 6명은 법관, 10명은 학계 인사들 중에서 선출한다. 스페인 역시 교수와 공무원까지 자격 요건을 열어놓고 있다.


일본은 최고재판관 15명 중 10인은 20년 이상 경력의 법조인을 요구하지만, 나머지 5명은 비법률가여도 상관없다. 프랑스는 재판관 요건에 법조인 등 경력 관련 제한이 아예 없다. 이론적으로 국민이면 누구나 헌법재판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사법기구이면서도 구체성ㆍ강제성을 띤 법률 등을 근거로 판결을 내려야 하는 일반 법원과는 엄연히 다르다. 다양한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사회 구성원 저마다 헌법 조항에 대한 해석과 지향이 다를 수 있고, 이에 대한 토론과 숙의를 거쳐 해답을 구하는 것이 헌재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각각의 계층과 진영, 이해관계를 아우를 수 있는 재판관 구성 등 ‘다양성 보장’이 우선돼야 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법조인 출신으로만 이뤄지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사상 유례없는 이번 계엄사태로 현행 헌법의 ‘빈틈’이 곳곳에서 드러나면서 이른바 87년 체제를 대체ㆍ보완할 ‘미래지향적 개헌’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헌재도 물론 그 ‘제도 개선’ 요구의 한가운데 놓여 있다.

동시에 우리 사회에서 이념적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들이 과연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차이’와 ‘다름’을 얼마나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것이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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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사회부
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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