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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기획-청년금융보고서](상-2) 39세 이하 자산 대비 부채비율 29.8%…잃어버린 ‘미래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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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04 06:20:33   폰트크기 변경      
빚더미에 앉은 청년들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130% 넘어

20대 개인워크아웃 감면액 1070억


과도한 ‘영끌ㆍ빚투’ 원인 아닌 결과

부모 세대 ‘富’ 초기 자산 격차 키워


사진=대한경제 DB.

[대한경제=김봉정 기자] # “월세와 생활비 쓰고 나면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가요. 집값만 생각하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지방엔 일자리가 없어요. 결혼이랑 내 집 마련은 딴 세상 이야기죠.”

지방 출신으로 어렵사리 서울에서 취업한 사회초년생 김모(29)씨는 매달 급여의 3분의 1 이상을 월세로 지출한다. 그는 월세와 별개로 생활비와 학자금 등으로 이미 2000만원이 넘는 빚을 지고 있어 저축은커녕 마이너스 통장 신세다.

2030세대의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로 집을 샀거나 빚투로 망한 청년도 있지만 대부분은 사회생활 시작도 전에 빚을 안고 간다.

이념갈등 못지않게 세대간 갈등이 심화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초고령화시대, 쌓여가는 미래세대의 빚을 ‘그들만의 리그’로 방치해선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9세 이하 가구의 2023년 소득 증가율(전년 대비)은 1.1%로 2015년(1.0%) 이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당시 물가상승률(3.6%)의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특히 60세 이상(10.0%)을 비롯, 40대(8.2%)와 50대(5.8%) 등 연령대별로 비교하면 5배, 10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채용시장의 찬바람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1월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21만8000명이나 줄었다. 코로나가 절정에 달했던 2021년 1월(-31만4000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청년 부채는 더 심각하다.

2024년 3월 말 기준, 39세 이하 청년의 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9.8%에 달한다. 전 연령층 중 최고로, 40대(22.6%)보다도 7%포인트(p) 이상 높다.

39세 이하 가구(132.2%)의 저축액 대비 금융부채 비율도 최고다. 다음 40대(93.6%)보다 40%p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작년 10월 기준으로 산출한 소액생계비대출 이자 연체율도 청년 부채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20대 이하가 36.2%로 최고, 30대(32.4%)가 다음이다.

소액생계비대출은 저신용·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연체가 있어도 최대 100만원까지 당일 즉시 빌려주는 급전이다. 이자 부담이 크지 않은데도 소액 급전을 쓴 청년 3명 중 1명 이상이 이자조차 갚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빚투’에 빠져 무리하게 주식이나 부동산, 코인 등에 투자하다 빚더미에 앉은 2030의 비율도 늘고 있다.

취업 4년차인 직장인 이모(32)씨는 평생 일해도 월급으론 내집을 마련할 수 없다는 생각에 코인 투자에 뛰어들었다 큰 손실을 봤다. 초기엔 수익을 거뒀지만 욕심을 부리다 연 15%가 넘는 고금리 카드론까지 끌어다 쓰다 낭패를 봤다. 결국 개인 워크아웃 신세가 됐다. 개인 워크아웃은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 차주에 상환기간 연장, 채무 감면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20대 청년층의 개인워크아웃 감면액은 1070억원에 달했다. 2020년(529억원) 이후 4년 만에 2배가 넘었다. 이 역시 모든 연령대 중 최고 증가율이다.

전문가들은 물론, 정부나 금융당국도 청년 부채는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구조적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입을 모은다.

부모(조부모)의 경제력이 대학이나 직업 선택의 범위를 결정하는 시대, 물려받은 부로 새로운 경험을 소비하는 일부와 달리, 사회에 발을 내딛자마자 빚을 갚기 위해 발버둥쳐야 하는 청년들은 점점 더 극단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어서다.

20대 대학생 박모(25)씨는 “개천에서 용나기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고시원에서 생활하며 부족한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소액대출을 받아야 하는 처지다보니 부모 지원으로 전세아파트에 살며 틈틈이 해외여행이나 연수를 가는 동기를 볼 때면 좌절감이 든다”고 토로했다.

청년부채 문제가 청년 빈부격차로 전이, 또다른 구조적 갈등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빚투와 영끌도 문제지만 청년층 사이에서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돼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다”며 “이제 사회구조적 문제가 돼버린 청년층의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관련 기관, 단체를 비롯한 사회구성원 모두가 나서 근본적인 개선책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봉정 기자 space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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