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들어 장경간 거더 보편화
공사비 절감 효과에 심미성도 탁월
거더 길어질수록 휨ㆍ횡만곡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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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전 9시 49분쯤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9공구 천용천교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놓았던 상판 4∼5개가 떨어져 내렸다. /사진 : 안윤수 기자 ays77@ |
[대한경제=서용원 기자]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거더가 무너져 내린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I형 거더의 장경간화 및 복부 슬림화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6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25일 서울세종고속도로 천안∼안성 구간 천용천교 건설현장에서는 교량 설치 도중 콘크리트 거더가 내려 앉으며 10명이 사상자를 낸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조사를 통해 드러나겠지만, 해당 현장에서는 50m가 넘는 장경간 I형 거더가 사용됐다는 점이 주목된다.
콘크리트 거더는 일반적으로 I형 거더와 박스형 거더로 구분된다. 이번에 사고를 일으킨 장헌산업의 ‘DR거더’와 같은 I형 거더는 1990년까지만 해도 경간을 30m정도로 확보하는 공법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교각과 교각 사이를 길게 하는 장경간 공법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경간이 길어지면 교각을 1개 뺄 수 있어, 공사비 절감으로 이어진다. 또한, 장경간은 교량 하부의 활용을 높이고 심미성도 뛰어나다.
이 같은 이유로 장경간 거더가 보편화하기 시작했다. I형 거더의 베스트셀러인 인터컨스텍의 ‘IPC거더’, 지승씨앤아이의 ‘BIB거더’ 등은 경간장(교각과 교각 사이) 55m도 실현했다. 국내 실적용된 콘크리트 거더 중 최장 경간은 60m에 달한다.
문제는 안전 확보다. 경간의 길이와 안전성은 비례할 수밖에 없다. 물론 각 거더의 기술적인 완성도는 나무랄 수 없지만,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발생한다. 거더가 길어질수록 좌굴(휨 현상)이나 횡만곡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 교량업체 관계자는 “경간 30m에서 35m로 가기까지 10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후 55ㆍ60m 거더가 나오고 있다”면서, “실제 현장에서 50ㆍ60m 거더를 무리 없이 시공했다면 문제가 될 게 없겠지만, 일부 교량업체에서는 실물 실험 없이 55m를 시공하는 곳도 더러 있다. 발주처에서도 실물 실험 없이 모형 실험만 가지고 공법을 채택하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번듯한 실적 없이 이론적으로 장경간 거더를 사용하는 사례가 있다는 이야기다.
I형 거더의 한계 경간은 최대 55m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른 교량업체 관계자는 “콘크리트 거더는 경간을 늘릴수록 무게가 나가기 때문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라며, “국내 60m짜리 I형 거더가 설치된 사례도 있지만, 경간 55m가 일반적인 최대치로 인식된다. 그보다 길어지면 강교를 설치하는 편이 보다 안전 측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장경간화 외에도 거더 복부가 얇아지는 것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장경간 거더를 만들려면 거더 무게를 줄이기 위해 I형 거더의 가운데 부분(복부)을 슬림화하는 게 추세인데, 이 복부 슬림화가 횡만곡과 좌굴의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거더 복부 부분을 얇게 하면 강선은 거더 상ㆍ하부에 넣을 수밖에 없는데, 강선을 인장하면서 거더가 휘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고 말했다.
반면, 박스형 거더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더 단면이 넓어 탈락의 위험이 덜한 데다, 박스 형태로 제작되기 때문에 좌굴이나 횡만곡 현상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박스형 거더 제작업체 관계자는 “박스형 거더는 단면이 넓어 거더 탈락 시 I형처럼 도미노로 쓰러지지 않는다. 또한, 진동에도 강하다”면서, “도로교와 달리 철도교에선 박스형 거더를 선호하는 이유”라고 언급했다. 실제 철도교에선 I형 거더는 35m 미만의 단경간에서만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위험도는 거더 형식의 문제가 아닌, 시공상의 문제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또 다른 교량업체 대표는 “안전성 측면에서 박스형 거더가 뛰어나다고만 볼 순 없다. 그동안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I형 거더도 상당수”라면서, “엔지니어는 자기의 목숨을 걸고 기술을 개발한다.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기술적인 결함만 따진다면 기술의 발전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보다 자재, 시공 환경 등 개발된 기술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느냐부터 꼼꼼히 따지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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