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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과 아르바이트 병행하는 성인 통계./자료:벼룩시장 |
[대한경제=최장주 기자] "회사가 전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위한 투자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서울에서 대기업 전문직으로 근무하는 27살 김모씨는 퇴근 후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며 디지털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N잡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본업 수입만으로는 미래를 위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다"며, "N잡을 통해 경제적 안정과 함께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어 선택했다"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N잡러'가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2024년 2분기 기준 부업을 경험한 취업자는 월평균 67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청년층에서 그 증가세가 두드러져, 전년 대비 17.6% 증가했다.
N잡러의 증가 배경에는 불안정한 고용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해고가 가장 자유로운 나라로 꼽혔다. 또한 통계청 자료는 전체 임금근로자 중 비정규직 비중이 38.2%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년들은 생존을 위해 N잡을 선택하고 있다. 벼룩시장에서 실시한 아르바이트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5%가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63.7%가 본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는 주요 이유로는 "본업 수입만으로는 생활이 어려워서"(40.6%), "목돈이 필요해서"(18.5%), "용돈을 마련하기 위해서"(17.7%) 등이 꼽혔다.
그러나 N잡의 선택이 단순히 경제적 이유만은 아니다. 황세원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N잡러들은 조직에서의 부정적 경험과 자아실현 욕구가 결합해 이러한 선택을 한다. 한 인터뷰 참가자는 "회사에서는 상사의 평가가 전부였지만, N잡을 하면서 자존감을 되찾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N잡의 증가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 악화가 대표적이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청년 N잡러의 노동 안전' 보고서에 따르면, N잡러들의 평균 주당 노동시간은 58.7시간에 달했으며, 일부는 96.7시간까지 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잡이 청년들의 생존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개선이 선행돼야 하며, 청년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기적인 대응책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청년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N잡 현상은 불안정한 노동시장과 변화하는 청년들의 가치관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생존과 자아실현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청년들의 모습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노동 문제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최장주 기자 cjj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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