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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 세 번째 공장 구축 검토
구광모 회장,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는 인도에서 미래 성장전략 모색
LG 글로벌 연구소 중 최대 규모인 인도 SW연구소 찾아 기술ㆍ인재 중요성 강조
[대한경제=심화영 기자]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입니다.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냅시다.”
구광모 LG 회장이 인도 방문 중 현지 임직원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부터 나흘간 인도를 방문해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잇달아 찾아 LG그룹의 인도 내 R&Dㆍ생산ㆍ유통에 이르는 밸류체인 전반의 경쟁력을 점검했다.
LG그룹이 인도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것은 1996년이다. 당시 벵갈루루에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하며 시작된 LG의 인도 진출은 이제 30년을 앞두고 있다. 소프트웨어연구소 설립 이후 LG화학(1996년), LG전자(1997년), LG에너지솔루션(2023년) 등 주요 계열사가 차례로 진출해 인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져왔다.
구 회장이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시장이 아닌 인도를 찾은 것은 소비나 생산은 물론 R&D 분야에서도 잠재력이 크고, 글로벌 지경학적 변화 속에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는 인도에서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다지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먼저 뉴델리의 LG전자 노이다 생산공장을 방문해 인도 시장의 변화와 생산 전략을 점검했다. 그는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가전 생산라인을 살펴보며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 지속 가능한 1등이 되기 위한 방안을 준비하고 실현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뉴델리의 LG브랜드숍과 릴라이언스 등 유통 매장도 방문해 현지 맞춤형 제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채식 인구가 많은 인도시장 특성을 반영해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나, AI 모터 기술을 이용해 인도 여성들의 전통 의상인 사리(Saree)를 관리해주는 세탁기 등 현지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제품들을 살펴봤다.
구 회장은 또 벵갈루루에 위치한 소프트웨어연구소에서 글로벌 R&D 거점으로서 인도의 경쟁력과 가능성을 점검했다. 이 연구소는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중 가장 큰 규모로, 2000여명의 현지 개발자가 한국 본사와 협업하며 웹(web)OS 플랫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SW 등을 개발하고 있다.
구 회장은 연구원들과 만나 “가속화되는 SW 기술 혁신에 대응하고 우수 R&D 인재를 확보하는 측면에서 인도의 역할과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미래 SW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R&D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꼭 달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LG전자는 1997년 인도 시장에 진출해 기술력과 현지화 전략으로 시장을 공략해왔다. 모기로 인한 뎅기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점을 고려해 초음파로 모기를 쫓아내는 에어컨, 전력 수급이 불안정한 인도 환경을 고려해 전력이 끊겨도 7시간 냉기를 유지하는 냉장고 등 현지 맞춤형 제품을 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재 LG전자는 노이다와 푸네에 생산공장을 운영 중이며, 향후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 새로운 생산시설 설립을 검토 중이다. 또한 LG화학은 올해 신규 공장을 가동하며 인도 석유화학 시장에 대응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인도 일정을 마친 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이동해 중동ㆍ아프리카 사업 현황도 점검했다. 그는 “중동ㆍ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지금부터 진입장벽을 쌓고, 이를 위한 핵심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심화영 기자 dorot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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