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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광화문 외교부 청사 / 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미국이 우리나라를 핵 위협 국가 등이 포함된 ‘민감국가’ 명단에 추가한다는 보도가 잇따르는 가운데 외교가와 정치권에서 실체와 파장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고 있다.
16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지난 1월 ‘민감국가 및 기타지정국가’(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SCL) 목록에 한국을 최하위 범주인 ‘기타지정국가’에 추가했으며, 이 같은 조치는 오는 4월15일 발효될 예정이다.
이 조치는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때 이뤄진 것인데 한미일 ‘3각 공조’ 강화 등 역대 가장 굳건한 동맹관계를 구축한 바이든 정부가 한국을 목록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현 트럼프 정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산하 정보기구인 정보방첩국(OICI)이 관리하는 SCL은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국가 목록이다. 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미국이 적대국가로 규정한 나라들이 대다수다.
국내에서는 배경을 두고 엇갈린 견해가 나오고 있다. 특히 ‘핵무장론’ 등에 대한 외교ㆍ안보적 성향 차에 따라 진단과 전망에서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원자력 기술 개발ㆍ협력 등에 제한이 가해질 ‘민감국가’로 사실상 분류돼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반면, ‘기타지정국가’는 엄밀히 민감국가와는 다른 의미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미 대선을 앞두고 한국에서 부상한 ‘자체 핵무장론’이 미국의 경계심을 높여 민감국가로 분류하게 됐다는 게 전자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과의 원자력ㆍ첨단기술 협력 등에 제한을 받게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023년 1월 국방부 업무보고 때 북한의 도발 수위가 더 고조될 경우 “대한민국이 전술핵을 배치한다든지 자체 핵을 보유할 수도 있다”고 말하면서 파장을 몰고 왔다. 특히 이 발언이 같은 해 4월 바이든 정부가 한국에 대한 핵억제 강화를 골자로 하는 ‘워싱턴 선언’을 조속히 이끌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미국 비영리기관인 ‘군비통제협회’의 대릴 킴볼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한국이 핵 확산 관련 민감국가로 등재되면 핵무기 생산에 활용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에 대한 미국 승인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핵무장론이 원인이 아닌 국내 정치적 격변이 주요 배경이 됐으며, 기술 협력 제한 등 우려가 과장된 측면이 크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미 정부가 목록에 추가한) 2025년 1월에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와 그 후폭풍으로 인해 국내에서 자체 핵무장론 논의는 아예 실종되었던 시기”라며, 오히려 비상계엄 사태 등 정치적 격변과 지역 불안정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에너지부는 15일(현지시간) 한국 언론들에 “DOE는 광범위한 SCL을 유지하고 있다. 민감국에 포함됐다고 해서 반드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에너지, 과학, 기술, 테러방지, 비확산 등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정기적으로 미국과 협력하는 국가들 또한 명단에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인도,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대만 등 동맹국들 또한 민감국가 명단에 추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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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인근에서 열린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
정치권에서도 ‘네 탓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ㆍ조국혁신당 의원들은 15일 광화문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행까지 남은 한 달 동안 총력을 기울여 민감 국가 지정 철회를 얻어내야 한다”며 “이 모든 혼란의 원흉인 윤석열을 즉각 탄핵해 대한민국을 정상 국가로 되돌려 외교ㆍ안보 컨트롤타워를 복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정략적 탄핵이 초래한 국가적 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더 이상의 탄핵 남발은 자제해야 한다”며 “국가 핵심 기관과 행정부를 마비시킨 결과는 국정 운영의 혼란과 정부 대응력 약화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안일한 태도에 대한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현 정부가 최대 업적으로 내세우는 ‘동맹’ 관계를 구축한 바이든 정부가 이 같은 조치를 취했는 데도 약 두 달 동안 대응은커녕 이를 인지조차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외교부는 “(미국) 에너지부 외에는 정보가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보고 한미 간 에너지, 과학기술 협력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적극 교섭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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