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만에 뒤집기 정책… 초강력 대책 불러온 꼴
온기돌던 주택거래시장 다시 침체 돌아설까 우려
24일 시행으로 막차 매수 수요 단기간 급증 부작용
[대한경제=한상준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해제를 번복해 강남3구와 용산구 전체 아파트로 확대 재지정하는 사상 초유의 대책을 내놓자 주택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정부와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를 한 달여 만에 뒤집는 오락가락 정책을 내놓으면서, 오히려 초강력 규제만 불러왔다는 지적이다. 그나마 다시 온기가 돌던 주택거래시장이 다시 침체로 돌아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토허제 확대 시행이 오는 24일 시행되면서 ‘막차 매수 수요’가 단기간 몰릴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주택거래시장 침체 유턴 우려
정부와 서울시의 ‘오락가락’ 정책에 강남3구는 물론 노도강 등 서울 외곽 주택시장까지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장기간 ‘토허제 그늘’에서 거래 침체를 겪다 잠시 빛을 본 ‘잠삼대청’ 지역 등 강남3구 주택시장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강남지역 한 주민은 “서울시가 토허제 영향이 크지 않다는 용역 결과를 발표한 지 얼마나 지났다고 확대 재지정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장기간 토허제에 묶여 있던 주택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렸을 뿐이고 최근 급등한 가격은 시장 수요공급에 따라 자연스럽게 조정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도 불만이 나온다. 강남3구를 시작으로 거래량 증가 등 온기가 퍼지며 주택시장 장기 침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였던 이들 시장은 초강력 규제조치가 나오면서 온기를 잠시 느끼기기도 전에 사그라지는 것 아니냐는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강북 지역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강남지역 주택거래가 늘며 최근 강북지역까지 거래가 살아나는 조짐을 보였는데 다시 거래가 침체될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활성화 조짐을 보였던 주택시장이 다시 침체로 돌아설 것이라는 불안감도 나온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3구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는 부작용을 나타냈지만, 주택시장 활성화 시그널도 보였다.
일단 토허제 해제 효과로 거래량이 크게 늘어났다.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5506건으로 1월(3370건)보다 63% 증가했다.
이른바 ‘마용성’(마포ㆍ용산ㆍ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도 수요가 옮겨가며 한국부동산원의 3월 둘째주 아파트가격 통계에서 △마포 0.21% △용산 0.23% △성동 0.29% 등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양극화 현상 속에서 오랜 하락세를 보였던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도 최근 하락을 멈추고 보합(0.00%) 또는 상승 전환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렇게 폭넓게 토허제를 지정한 경우는 없었다”면서 “최근 상승세가 서울 외곽까지 번질 수 있다는 인식에 따라 시장의 불안 요소를 사전에 차단하려고 강력한 조치를 택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막차 타기 수요’ 단기간 급증 우려
오는 24일부터 토허제 확대 재지정이 적용돼 단기간 부작용이 우려된다.
주택시장 한 관계자는 “정부가 19일 주택시장 규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는 소문이 퍼지며 일부 지역에서는 밤늦게까지 계약서에 도장을 찍고 계약금을 보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번에 확대 지정한 토허제 대상 아파트는 오는 24일 계약분부터 규제가 적용된다. 23일까지 계약을 체결한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 대상에서 제외되는 만큼 토허제 지정 전 ‘막차 매수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부동산 거래법상 고시 후 효력은 5일 뒤에 발생한다”며 “19일 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했고 그 효력이 5일 후에 발생하기 때문에 24일 계약분부터 토지거래허가제가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서 토허제가 해제된 2월13일 이후 계약해 아직 잔금을 치르지 않은 경우는 허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앞으로 관할 구청장으로부터 거래 허가를 받아야 하며, 2년 이상 실거주가 가능한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된다.
사실상 거의 모든 아파트에서 전세를 끼고 집을 매수하는 ‘갭투자’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특히 허가구역 내 주택 매수자는 세대원 전원이 무주택자이거나 보유 주택을 1년 이내에 모두 팔아야 취득할 수 있다.
또 최근 강남권에서는 잔금 납부일을 2∼6개월까지 넓게 잡는 경우가 많지만, 허가구역에선 잔금 납부일이 3개월 내로 제한돼 자금 여력도 있어야 매수가 가능할 전망이다.
한상준 기자 new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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