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중과 등 다주택자 규제가 양극화 불러
지방 주택 수요마저 서울ㆍ수도권 원정 투자
지방은 미분양으로 몸살… 유동성 물줄기 돌려야
[대한경제=한상준 기자] 정부와 서울시가 사상 초유의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제) 확대 재지정을 하면서 시장에선 ‘다주택자 규제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토허제 해제 이후 강남3구 아파트 가격 폭등은 다주택자 취득세ㆍ양도소득세 중과 규제 이후 이른바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뚜렷한 가운데, 토허제 해제라는 호재가 맞물리면서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리며 나타난 주택시장 왜곡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주택가격이 폭등하자 다주택자 투기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중과 등 징벌적 세제 정책을 통해 ‘집값 잡기’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이런 기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한시적 유예 정책을 실시했지만, 취득세 중과는 유지됐다.
기본세율이 1∼3%인 취득세는 조정지역에서 2주택을 취득하면 8%, 3주택을 취득하면 12%가 부과된다.
비조정지역에서는 2주택 취득시 기본세율이 적용되지만, 3주택 취득시 8%가 부과된다.
2주택자가 지방에 주택 한 채를 더 사면 취득세 8% 중과가 이뤄지는 셈이다.
법인 취득세율은 12%로 임대사업이나 신축을 위해 주택을 구입하면 매매가의 12%를 취득세로 내야 한다.
실제 수년간 주택시장에선 취득세 중과 등으로 인해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뚜렷해져 서울 강남3구, 용산 등 지역과 경기 과천, 분당 등 수도권 핵심지역에만 수요가 몰리며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양극화를 불렀다.
지방 주택 수요마저 이런 양극화에 편승해 서울과 수도권에 ‘원정 갭투자’를 초래했다.
토허제 해제 이후 잠삼대청 지역 갭투자가 가능해지자 지방 원정 갭투자가 급증한 것도 이런 영향이다.
반면, 지방 주택시장은 인구 감소로 주택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다주택자 규제로 투자 수요마저 급격히 줄며 극심한 침체에 시달리고 있다.
국토교통부 최근 자료인 1월 주택 통계를 보면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2624가구다. 이 가운데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만 2만2872가구에 달하며 11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방 악성 미분양이 전체의 80.6%(1만8426가구)에 이른다.
대규모 미분양 증가는 악성 미분양이 집중된 지방과 재정 상황이 취약한 중소ㆍ중견 건설업체를 중심으로 줄도산으로 이어졌다.
이런 이유로 주택시장에서는 다주택자의 주택 수요를 지방으로 유도해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약화시켜 주택시장 안정화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수요자는 물론 다주택자도 포함해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동시에 진작시켜야 미분양 주택 거래 활성화가 탄력을 받는다는 입장이다.
주택시장 관계자는 “시중 자금 유동성 물줄기를 다원화해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지방으로 유입돼야 시장 안정을 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허제 확대 재지정이 집값 잡기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규제든 완화든 정책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영향이 있다”며 “공급 감소와 입주물량 감소, 수요자들의 ‘똘똘한 한 채’ 선호 등 제반 여건을 볼 때 상승폭 둔화를 넘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한상준 기자 news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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