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34기 중 10기 가동 중단
올 수요량 4000만t 붕괴 예측
추가 가동 중단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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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서용원 기자]국내 시멘트 생산 설비 3기 중 1기가 멈췄다.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로 수요가 급감하자 시멘트 제조사들이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설비를 세우는 것이다. 보수일정을 조정해서 세운 곳도 있지만, 무기한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검토하는 곳도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멘트 제조사들은 시멘트 반제품(클링커) 생산 설비인 소성로(킬른) 가동을 멈추고 있다. 이날 현재 국내 운영 중인 소성로 34기 중 10기(29.4%)가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추가 중단 설비가 나올 가능성도 크다.
소성로는 최소 1500℃ 이상의 온도를 맞춰야 하기 때문에 재가동에 3일 이상, 비용은 4억원이나 소요된다. 시멘트 생산을 줄이려면 통상 가동 상태에서 원료 투입을 제한하는 식으로 진행되는데, 이처럼 소성로가 무더기로 가동을 중단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건설경기 침체 장기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국내 시멘트 수요량은 4000만t 이하로 예측된다. 지난해에는 4360만t으로 1998년 외환위기(lMFㆍ4400만t) 때보다 낮았는데, 올해는 4000만t선마저 붕괴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시멘트 제조사들이 앞다퉈 가동 중단을 하는 이유다.
쌍용C&E는 총 10기의 소성로 중 지난달부터 2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가동이 중단한 설비에 대해서는 보수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종료 시기는 다음달로 예정됐다. 쌍용C&E 관계자는 “올해는 2기씩 번갈아가며 보수작업을 진행해 생산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표시멘트는 다음달부터 소성로 1기를 세울 계획이다. 삼표시멘트는 현재 총 4기의 소성로 중 가장 효율이 잘 나오는 설비에 대한 보수작업을 진행하며 3기만 가동하고 있다. 삼표시멘트 관계자는 “해당 설비에 대한 보수작업이 이달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작업이 끝나면 가장 낡은 설비 1기의 가동을 멈춰 생산량을 조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일시멘트는 현재 총 6기의 소성로 중 3기만 가동 중이다. 생산량 조절을 위해 지난해 7월 가동을 중단한 2기에 대한 재가동 일정은 세우지 않았고, 지난해 10월부터 1기를 추가로 세우고 이날까지 보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일시멘트의 전체 생산량은 60% 이하 수준이될 것으로 보인다.
한라시멘트는 총 4기 중 보수작업을 이유로 1기씩 번갈아가며 가동을 중단하고 있는데, 이에 더해 1기를 아예 멈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2기만 가동된다.
지난해 하반기 1기씩 가동을 중단한 아세아시멘트(총 3기)와 성신양회(총 4기) 역시 재가동 시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성신양회는 올해 내내 세우는 방안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제조사들이 줄줄이 설비들을 세우면서 올해 국내 시멘트 생산능력은 6200만t 수준에서 5000만t 중후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설비 보수는 일반적으로 건설 비수기인 여름ㆍ겨울철에 진행되지만, 근래 들어선 1년 내내 보수를 하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여기에 환경규제 압박 등이 겹치면 추가 가동 중단 사례가 나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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