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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열렸던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사진: 고려아연 제공 |
[대한경제=강주현 기자] 국내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현 경영진과 MBK파트너스ㆍ영풍 측 양쪽 모두에 쓴소리를 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과 서스틴베스트는 각각 최근 발표한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 의안분석 보고서에서 현 이사회의 기업지배구조가 “상당히 부정적”이라며 최윤범 회장 측 이사 후보 전원의 선임에 반대한다고 권고했다.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는 오는 28일 개최될 예정이다.
한국ESG기준원은 “기존 이사회의 감시ㆍ감독 기능이 유명무실했다”며 “이사회 내 상호 견제 기능 및 독립성 강화를 위해 MBKㆍ영풍 측 후보 선임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 역시 “현 이사회가 전체 주주의 이익보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개인의 경영권 방어를 우선시했고, 사외이사들의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시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자문기관은 대규모 단기차입을 통한 자사주 공개매수, 공개매수 직후 추진했다가 철회한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등을 기업가치 훼손 사례로 들었다.
반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강성두 영풍 사장 선임에는 양 기관 모두 반대 의견을 냈다. 서스틴베스트는 김 부회장에 대해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 하락을 미리 인지하고도 채권을 지속적으로 발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금융감독원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강 사장에 대해서는 “환경 및 산업안전 관련 리스크 관리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아 적격성 요건이 결여됐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김광일 부회장은 ISS를 제외한 주요 국내외 자문사로부터 모두 반대표를 받았고, 강성두 사장은 국내 자문사 한 곳을 제외한 모든 의결권자문사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아연이 제안한 △이사 수 상한 설정 △분리 선출 가능한 감사위원 수 상향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해서는 서스틴베스트가 모두 찬성 권고를 냈다. 서스틴베스트는 “이사 수가 지나치게 많을 경우 이사 개개인의 책임과 권한이 약화될 수 있다”며 “이사 수 상한을 19인으로 정하는 것은 이사회 기능과 운영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에 대해서는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MBKㆍ영풍 측 입장을 지지했다. MBKㆍ영풍은 자사주 소각에 대한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전체 자사주 소각을 이행할 수 있는 2조원 규모 임의적립금을 미처분이익잉여금으로 이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MBKㆍ영풍 측 관계자는 “최윤범 회장의 전횡과 경영권 분쟁 후 지속적인 위법행위 과정에서 기존 이사진들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심각하게 훼손된 기업지배구조를 다시 세우기 위해 주주들이 MBKㆍ영풍 측 후보를 지지해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관계자는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고려아연 현 경영진이 제안한 주주가치 제고 및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며 “주주분들이 이런 평가를 바탕으로 주주총회를 통해 MBKㆍ영풍의 적대적 M&A를 막는 데 힘을 보태주시길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강주현 기자 kangju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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