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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에너지, 세계로] 에너지 공기업 해외사업 30년…한국형 발전 기술력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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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24 07:30:59   폰트크기 변경      
1995년 필리핀 말라야 프로젝트 이후 30여 개국 진출

화력ㆍ신재생ㆍ원전 등 독자적 해외사업 추진 역량 갖춰

IMFㆍ코로나19도 못 막았다…전 세계 100여 개 프로젝트 추진


그래픽: 한슬애 기자


[대한경제=신보훈 기자] 1995년 한국전력공사가 국내 에너지 공기업 최초로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수주한 지 30년이 지났다. 기름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자원 불모지에서 오로지 기술력과 도전정신으로 추진한 이 해외 발전사업은 2025년 현재 K-에너지가 전 세계 30여개국에 진출해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만든 결정적 계기가 됐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전과 한국수력원자력, 중부ㆍ서부ㆍ남부ㆍ동서ㆍ남동발전 등 발전 5사는 현재 전 세계 26개국에 진출해 총 98개 프로젝트를 운영ㆍ건설ㆍ개발 중이다.

진출 국가는 중동과 아시아, 북미 등 지역을 가리지 않는다. 발전소가 준공돼 운영 중인 시설용량은 약 34GW 규모. 복합화력 프로젝트부터 원자력, 수력, 태양광 등 전 발전 분야를 아우르며 어느덧 종합 에너지 강국의 면모를 뽐내고 있다.

해외 진출의 첫 발자국인 필리핀 말라야 프로젝트는 국내 에너지산업 글로벌화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돼 있다. 당시 한전의 역할은 화력발전소 성능복구 및 운영에 그쳤으나, 이듬해 1200㎿급 필리핀 일리한 가스복합화력 사업을 국제경쟁 입찰에서 수주하면서 전 세계 전력시장에 한국의 기술력을 알렸다. 한전은 이들 사업을 통해 해외 발전소 운영 경험을 축적하고, 국제 표준에 맞는 발전소 관리 노하우를 얻을 수 있었다.

한전의 해외사업 경험은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과 함께 한수원 및 발전 5사로 분화됐다. 필리핀 현지에서 프로젝트를 운영해 본 한전 전문인력들은 발전사로 흩어져 각 사가 독자적인 해외사업 역량을 쌓을 수 있는 인적 토대가 됐다.

이후 중동에서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해 한국형 원전의 우수성을 입증했으며, 아시아에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서 화력발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최근엔 북미 가스복합발전 사업뿐만 태양광ㆍ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로 사업 영역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1990년대 필리핀 발전사업은 국내 에너지 공기업의 해외 진출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상당히 높은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며, “과거 석탄 중심이던 발전 프로젝트가 천연가스를 거쳐 신재생, ESS(에너지저장장치)를 활용한 발전사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변화하는 에너지 산업의 트렌드를 맞춰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해외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K-에너지, 기술력ㆍ금융ㆍ시공력 3박자 조
에너지 산업, 석탄→신재생 진화…“가스복합 기회”


필리핀 말라야 화력발전소./수산이엔에스 제공


국내 에너지 공기업들은 지난 30년간 세계 각국에서 100여개의 발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IMF 외환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기술력과 금융조달 능력, 시공력의 3박자를 조화시키며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 차별화한 존재감을 키워왔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발전사업은 한국전력이 선도하고 있다. 한전은 필리핀 말라야 프로젝트를 포함해 전 세계 15개국에서 33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현재 운영 중이거나 건설한 발전시설은 약 2.8GW에 달한다.

한전은 지난 30년간 축적된 해외 개발사업 노하우와 인적 자원, 해외 발주처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을 누벼왔다. 여기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코트라 등 금융 및 통상 전문 공공기관의 지원과 국내 건설사의 뛰어난 시공력이 더해져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

특히, 1990년대 필리핀 사업은 경험과 수익 측면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2014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조달한 5.4억달러(약 7900억원)의 차관을 전액 상환했고, 2022년 사업종료 시까지 투자비 대비 수익금이 332%에 달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한전의 해외사업은 더욱 다각화됐다. 중국 풍력사업에 참여해 국내 최초로 온실가스 감축 지원 사업(CDM)에 진출했으며, 2008년에는 요르단 가스복합화력(373㎿) 사업을 수주하며 중동 민자발전사업(IPP)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009년에는 총사업비 47조원 규모의 UAE 바라카 원전 사업을 따내며 한국 최초의 원전 수출 역사를 썼다.

순탄한 길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98년 IMF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로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좌초되고, 해외사업 조직이 축소되는 어려움도 겪었다. 하지만 끝없는 도전정신으로 이를 극복해낸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해외사업 누적 매출 약 46조8000억원을 이뤄냈다. 한전 관계자는 “해외사업에서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서 새로운 리더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에서 분사한 발전사들도 다양한 해외사업을 펼쳐왔다. 발전 5사 중 해외사업을 가장 활발히 추진하는 중부발전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중부발전은 인도네시아 탄중자티 3ㆍ4호기 화력발전소(1320㎿)를 포함해 총 5160㎿ 규모의 발전소를 운영 중이다.

서부발전은 총 2323㎿ 규모의 해외 발전소를 운영하며 라오스, 사우디아라비아, UAE 등에서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10개국에 진출해 16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라오스 세남노이 수력발전 사업 등이 있다.

남부발전은 미국을 중심으로 사업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미국 나일스 복합화력(1085㎿)이 최근 운영에 들어가면서 미 선진시장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외에도 쿠웨이트, 이스라엘, 파나마 등 13개 화력발전 시운전에 참여하며 기술적, 인적 교류를 늘려가고 있다.

이밖에 한수원(1376㎿), 동서발전(1034㎿), 남동발전(252㎿) 등도 해외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말라야ㆍ일리안 사업의 씨앗이 각 발전사로 퍼져 이제는 인도네시아, 라오스, 미국 등 발전사마다 독자적인 사업 터전을 마련하고,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필리핀 일리한 화력발전소 전경./한전KPS 제공


글로벌 발전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증가할 전망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금융기관의 총대출 규모는 4174억달러(약 611조원)였는데, 이 중 절반인 2070억달러(303조원)가 발전 부문(Power)에 집행됐다. 2년 전과 비교하면 전체 PF가 약 15% 증가하는 동안 발전 부문 투자는 65% 늘어났다.

다만, 에너지 산업의 트렌드는 급변하고 있다. 석탄 발전사업이 주를 이루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원전, 신재생 등으로 다변화 중이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여전히 유망하지만, 중국의 영향력이 크고 수익성도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반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는 측면에서 추진되는 복합가스발전 사업은 새로운 기회로 평가받고 있다.

정창구 해외건설협회 정책본부장은 “글로벌 PF 투자 분야는 석유화학, 도로, 통신 등 10개 넘게 분류되는데, 이 중 발전 부문의 투자가 가장 많다. 이는 파이낸싱부터 이후 회수 과정까지 전체 사이클에 가장 투자할 만하다고 평가된다는 방증”이라며, “앞으로도 전력수요 증가와 함께 글로벌 발전사업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만큼 적극적인 해외진출 전략을 수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신보훈 기자 bb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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