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경제=이승윤 기자] 지난 2019년 발생한 강릉 수소탱크 폭발 사고와 관련해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과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관계 기관이 피해 기업에 75억여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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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청사/ 사진: 대법원 제공 |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A사 등 34개 업체가 KETEP과 가스안전공사, 민간 참여기관 등 4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앞서 2019년 5월 강릉과학산업단지 내 강원테크노파크에서는 수소탱크에 혼입된 산소가 탱크에 저장돼 있던 수소와 화학적 연소ㆍ연쇄 반응을 일으켜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8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피해 규모만 340억원으로 파악됐다.
사고의 원인이 된 수소탱크는 산업기술혁신 촉진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KETEP이 전담한 정부 지원 R&D 사업의 일환으로 설치됐다. 태양광ㆍ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된 전력으로 수소를 만들어 가스의 형태로 저장한 다음 이를 활용해 연료전지의 형태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었다.
이 사고로 재산상 피해를 입은 A사 등은 2020년 9월 KETEP 등을 상대로 소송에 나섰다.
1ㆍ2심은 사고 당시 수소탱크에 폭발한계를 넘은 산소가 혼입된 원인으로 ‘정격 이하 전력 공급’을 지목했다. 수소 생산시설 내 전해조(전기분해 장치)에 공급되는 전압ㆍ전류가 정격에 미치지 못해 수소의 순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사업 전담 기관인 KETEP 등에 이 같은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정제기와 산소측정기, 산소제거기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보고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부지 제공자인 강원테크노파크에 대해서는 “부지 자체의 관리만 담당했을 뿐 실증시설에 관여할 권한은 없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봤다.
대법원의 판단도 마찬가지였다.
대법원은 KETEP에 대해 “사업 수행기관의 안전성과 업무 수행 능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참여기관 변경을 승인했고, 사업 지연 및 실패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음에도 사업비 집행 중단이나 현장 실태조사 등 필요한 안전성 점검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지적했다.
가스안전공사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수소 내 산소 농도가 자사 기준치를 초과한 위험한 상태임을 인지했음에도 조치를 취하지 않아 폭발사고 예방을 위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승윤 기자 lee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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