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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 워싱턴 백악관에서 모든 외국산 자동차 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 UPI=연합 |
[대한경제=강성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4월2일 발효를 예고한 국가별 ‘상호관세’ 시행을 앞두고 미국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한국의 ‘무역장벽’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반면 북한에 대해서는 ‘소통’ 의지를 공개 피력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로 ‘외교 컨트롤타워 부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트럼프 집권 전부터 거론돼 온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관세폭탄’에 더해 대북 정책에서 ‘한국 패싱’ 우려까지 겹치며 총체적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가별 ‘무역평가보고서(NTE)’을 통해 한국의 무역 규제들을 일일이 제시했다.
특히 트럼프의 최대 관심 사안인 자동차 분야 관련, 미국 정부가 한국의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른 배출 관련 부품 규제에 문제를 제기해왔으며 자동차 업계가 관련 규정의 ‘투명성 결여’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왔다고 강조했다.
제약 및 의료 기기 산업의 경우 한국의 가격 책정 및 변제 정책에 투명성이 부족하고, 정책 변경에 대해 이해당사자들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부족하다는 우려가 업계에서 계속 나오고 있다고 짚었다.
방위산업 등에서 계약금액이 1000만 달러를 초과하는 경우 외국 계약자에게 기술이전 등을 의무화하는 ‘절충교역’ 조항도 문제 삼았다.
농축수산물 분야에선 월령 30개월 이상 미국산 소고기와 소고기 패티ㆍ육포ㆍ소시지 등 가공된 소고기 제품의 수입을 한국이 금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수입 농산물에 대한 한국 농림축산식품부의 검역 단계 계류와 사료시장 규제, 잔류농약기준, 유전자변형농산물(GMO)에 대한 까다로운 승인 절차도 장벽으로 거론했다.
투자 분야에선 △통신 및 방송 분야 해외 투자 제한 △원자력 발전소의 외국 소유 금지 △비원자력 발전소 해외 소유 제한 등이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비스ㆍ디지털 분야 장벽으로는 △해외 OTT 플랫폼에 한국 콘텐츠 유통 요구 △해외 콘텐츠 사업자에 대한 망 사용료를 부과 검토 △해외 기업의 한국 내 지도 및 위치 기반 데이터 사용 제한 등을 지목했다.
USTR 보고서는 미국 수출업체가 직면한 해외 무역장벽을 줄이기 위해 매년 3월31일까지 대통령과 의회에 제출하는 문서이지만, 올해는 상호관세 부과와 향후 국가별 협상을 앞두고 ‘체크리스트’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더욱 관심을 받고 있다.
무엇보다 한미 FTA 체결 이후 사실상 ‘무관세’를 적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높은 상호관세를 적용해 이 같은 무역장벽들을 해소하는 압박 카드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이 이미 적지 않았다.
게다가 한국은 미국의 무역적자 규모 기준으로 7∼8위권에 포함되는 국가로, 미국에 큰 무역적자를 안기는 15% 국가를 의미하는 ‘더티 15’(Dirty 15)에 포함될 가능성도 상당한 것으로 예측된다.
트럼프는 이날 한국ㆍ일본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는다”고 일축하며 ‘동맹국도 예외 없는’ 관세 기조를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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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 첫날 베트남 하노이 회담장에서 악수를 청하고 있다./ 연합 |
반면 이날 북한을 향해선 ‘유화’ 제스처를 취했다. 트럼프는 김정은 위원장에게 연락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다”고 확답했다.
트럼프는 특히 김 위원장과 ‘소통 중’이라고 언급하며, 북한을 ‘큰 핵국가(big nuclear nation)’라고 재차 규정하기도 했다.
이날 발언이 북한과 주변국 등의 심중을 떠보기 위한 트럼프 특유의 ‘여론전’을 위한 의도인지, 실제로 북미 사이 접촉이 이뤄지고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사안을 놓고 ‘스몰딜’에 나설 것이란 예측에는 한층 더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외교가에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협상이 교착화 상태에 빠진 가운데 대북 지원과 협력 강화로 러시아를 압박하거나, 반대로 러시아의 중재로 북한과의 협상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반면 러시아와 ‘혈맹’ 관계로 격상한 북한이 미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당장은 거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만큼, 미국의 구체적 제안 제시 등 북미 대화가 가시화될 때까지 이를 예의주시하고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도 나오고 있다.
강성규 기자 gg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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