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마을ㆍBPA 사옥 증축 등
50억 이상 대어급 4건 주인찾아
공공 의존도 여전…민간은 위축
하반기 발주물량 공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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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전동훈 기자] 건설경기 침체로 건축설계시장이 ‘빙하기’에 직면한 가운데 올 1분기 공공부문 발주가 양호한 수준을 보이며 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민간부문 회복이 지연됨에 따라 시장의 공공부문 의존도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3일 〈대한경제〉가 조달청 나라장터와 건축행정시스템 세움터, 프로젝트 서울에 공고된 설계공모 결과를 집계한 결과, 올 1분기 당선사를 선정한 설계금액 10억원 이상 사업은 42건이다. 이들에 책정된 총 설계비는 1071억원이다.
설계금액별로는 △10억원 이상 20억원 미만, 29건 △2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 9건 △50억원 이상, 4건 등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지난해와 비교해 전체 규모는 줄었으나, 10억원 이상 20억원 미만의 ‘알짜’ 공모가 시장에 쏟아져 중소형사에 숨통을 틔웠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또 이는 2022년 상반기 973억원(46건), 2023년 734억원(70건)과 비교하면 견조한 흐름이다. 특히 올해 수치가 1분기에 국한된 것임을 감안하면 연간 추세로는 상당한 신장세가 기대된다.
올 1분기 공공시장 최대어로 손꼽힌 설계비 155억원의 ‘개포 구룡마을 설계공모’는 디에이그룹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행림종합건축사사무소, 나라기술단ㆍ이하 공동수급사)의 품에 안겼다.
해안종합건축사사무소(토문건축사사무소)는 두 번째로 컸던 ‘용산 도시재생혁신지구 설계공모(120억원)’를 거머쥐며 공공시장 강자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번 공고히 했다.
이어 설계비 75억원이 걸린 ‘부산항만공사(BPA) 사옥 증축 설계공모’는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한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가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다.
또 대어급 공항 프로젝트에 이름을 올린 ‘새만금 국제공항 여객터미널 설계공모(68억원)’는 종합건축사사무소 근정(종합건축사사무소 건원)에 돌아갔다.
이로써 근정은 지난해 공공시장 최대어로 손꼽힌 ‘가덕도 신공항 여객터미널 국제설계공모(760억원)’를 희림과 함께 낚은 데 이어 올해 또 한 차례 승전고를 울리며 공항 설계 분야의 전문성을 재확인했다.
올 1분기 가장 많은 설계권을 차지한 업체는 길종합건축사사무소이엔지(이하 길건축)로 파악됐다.
길건축은 1분기 △(가칭)통합목포고등학교 이설 신축공사 설계공모(15억원) 게임융복합스페이스 조성 위탁개발사업 설계공모(31억원) △남부내륙철도 건설사업 김천역사(17억원) △구미전자공고 생활관 개축공사 설계공모(12억원) 등 4건을 차지하며 맹활약했다.
디엔비건축사사무소는 ‘(가칭)미래융합체험교육원 건립공사 설계공모(16억원)’, ‘대전 중구 공공임대형 지식산업센터 및 공영주차장 건립사업 설계공모(14억원)’, ‘중소기업은행 문래동 합숙소 신축공사 설계공모(11억원)’ 등 3건을 따내며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해마종합건축사무소, 선진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아이엔지그룹건축사사무소, 와이피건축사사무소는 2건씩 당선됐다.
1분기 건축설계시장은 장기화하는 민간 건축경기 불황 여파로 공공부문 의존도가 높았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건축 경기를 가늠하는 지표로 여겨지는 주택 인허가 실적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2월 수도권 인허가는 7003호로 전년 동월(8916호) 대비 2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비수도권 인허가도 60.7% 줄었다.
앞서 1월 인허가 누계 실적은 2만2452호로 2022년부터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관련 업계는 이런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진단하며, 민간 부문의 회복세가 가시화하기 전까지 공공부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공공부문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달 총 1500억원대의 설계공모 공고를 예고해 긍정적 기류가 감지된다. 또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되면 공공 발주 용역이 본격적으로 집행될 것이란 전망도 시장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다만, 하반기 시장 전망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중견 건축사사무소 A사 임원은 “상반기에 발주 물량이 집중될 경우, 하반기에는 상대적으로 프로젝트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적 수주 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전동훈 기자 j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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