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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현장은 지금도 위험하다. 그리고 그만큼 사람이 부족하다. 국토교통부의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2025년 3월에도 다수의 사고가 이어졌다. 한편에선 숙련된 건설기술자가 은퇴하고, 다른 한편에선 젊은 세대가 현장을 외면한다. 사고와 인력난, 이 두 가지 현실 앞에서 새로운 해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대안으로 최근 주목받는 것이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과거의 건설 로봇이 무거운 자재를 옮기거나 큰 구조물을 다루는 데 주로 활용되었다면, 이제는 훨씬 더 섬세해졌다. 좁은 공간을 오가며 정밀 작업까지 해내는 로봇이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곁에서 함께 일하며 위험을 줄여주는 ‘스마트한 동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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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는 2024년 7월,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이 2027년까지 1만 대를 넘고, 2030년에는 3만 8천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2024~2030년 연평균 83%의 성장률이 예상되며, 이는 서보 모터, 하모닉 드라이브, 센서 등 핵심 기술과 온디바이스 AI 컴퓨팅의 발전에 따른 결과다. (출처 : 옴디아 누리집) |
이런 변화는 세계 시장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영국의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Omdia)의 2024년 7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7년까지 출하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1만 대를 넘고 2032년에는 3만 8000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연평균 성장률(CAGR)만 해도 83%에 이른다니, 그 확장 속도가 놀랍다. 골드만 삭스는 2035년에 이 시장이 38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2024년 2월).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서, 이제는 산업 곳곳에서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이 실제 전력을 더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건설현장에서도 이들이 본격적인 구성원으로 투입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클론 로보틱스는 사람의 근육과 관절 구조를 그대로 본뜬 ‘프로토클론(ProtoClone) V1’을 개발 중인데, 사람처럼 정교하게 움직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Atlas)’에 스스로 배우는 AI를 넣어 로봇이 반복 훈련을 통해 동작을 익히고 상황에 따라 판단까지 하도록 만들고 있다. 중국의 유비테크는 한발 더 나아가 실전 투입을 시작했다. ‘워커(Walker) S’를 전기차 조립 라인에 올려 문 잠금 장치나 안전벨트를 점검하게 한 것이다. 이제 휴머노이드 로봇은 실험실을 벗어나, 산업 현장의 일원이 되어가고 있다.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도 실용화를 겨냥한 기술 개발에 속속 나서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이족 보행, 물체 조작, 균형 유지가 가능한 ‘휴보(HUBO)’를 기반으로 산업용 로봇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엔 바퀴형 하체에 양팔을 붙인 ‘RB-Y1’을 공개했고, 삼성전자와 협력해 상용화도 추진 중이다. LG전자는 연구용 휴머노이드를 활용해, 양팔 로봇이 집안일을 어떻게 돕는지 실험하고 있다. 음성 기반 AI 비서 ‘Q9’과의 연동으로 생활로봇 가능성도 함께 살펴보는 중이다. KAIST는 MIT와 손잡고 고속 이동형 산업용 로봇을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비행기 조종까지 가능한 로봇 ‘파이봇(Pibot)’을 공개해 해외에서도 주목받았다. 구동, 인식, 조작 같은 핵심 기술 역시 정부 지원을 받아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우리도 기술 확보를 넘어 실제 활용을 위한 기반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기술만으로는 부족하다. 실제 건설 현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현실적인 장벽을 넘어야 한다. 가장 먼저 꼽히는 건 안전성이다. 건설 현장은 늘 변화무쌍하다. 날씨는 수시로 바뀌고, 공간은 협소하며,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이런 복잡한 환경에서도 로봇이 제 역할을 하려면, 단순한 기능 검증을 넘어 반복적이고 실제적인 현장 테스트가 뒷받침돼야 한다. 또 하나는 기존 장비들과의 호환성이다. 아무리 좋은 로봇이라도 주변 기기와 말이 안 통하면 쓸 수 없다. 다양한 시스템이 함께 작동하려면, 인터페이스 표준화와 데이터 연계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사람과 로봇이 어떻게 협업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다. 위험한 작업은 로봇이, 공정 전체를 조율하고 판단하는 일은 사람이 맡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선 로봇을 다룰 수 있는 전문 인력도 함께 양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법과 제도의 준비가 빠질 수 없다. 로봇이 사고를 내면 누가 책임지는가? 보험은 어떻게 적용되는가? 기존의 노동법과 충돌하지 않는가? 아직은 이런 문제에 명확히 답하기 어렵다. 기술만큼이나 제도도 발맞춰 움직여야 한다.
새벽녘, 철골이 얼기설기 엮인 초고층 건설 현장. 한 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이 철골 위를 조심스레 걷는다. 강철 빔을 정확한 위치에 고정하고, AI는 3D 스캐너로 설치 상태를 점검한다. 강풍이 불면 로봇은 자동으로 작업 속도를 줄이고, 도장과 용접도 스스로 처리한다. 지하에서는 자율주행 굴착 로봇이 지반을 분석하며 터파기를 이어간다. 자재 운반과 위험 요소 감지도 병행된다. 사람은 XR(확장현실) 기반 제어 시스템으로 전체 공정을 원격으로 모니터링하며, 꼭 필요한 순간에만 개입한다. 로봇은 이제 단순한 보조자가 아니다. 복잡한 작업도, 정교한 판단도 스스로 해내며 인간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한 건설 근로자는 말한다. “예전엔 철골 위에 서는 게 두려웠죠. 지금은 로봇이 대신하니까 마음이 한결 놓입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말했다. “우리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더 이상 공상과학 속 주인공이 아니다. 위험을 줄이고, 사람과 함께 일하며 건설 현장을 변화시키는 핵심 기술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 변화가 제대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기반을 닦는 것이다. 기술 개발과 제도 정비는 따로 갈 수 없다. 정부와 기업, 연구기관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앞으로의 건설 산업을 바꿔놓을 것이다. 인간과 로봇이 나란히 일하는 새로운 시대, 이미 시작되고 있다.
김형렬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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