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 주차된 차량에 짐이 실려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르면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0일 대통령실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11일 오후 한남동 관저에서 퇴거할 예정이다. 짐 일부는 이미 서초동 사저로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저에서 키우던 반려동물 11마리도 함께 이동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경호는 대통령경호처가 맡는다. 경호처는 약 40명 규모의 사저 경호팀 편성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앞으로 최대 10년까지 대통령경호처의 경호를 받을 수 있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대통령이 사저로 이사한 뒤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파면 직후 국민의힘 지도부를 만나고, 핵심지지층을 향해 위로의 메시지를 내놓은 점 등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사저 정치’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조기 대선 국면으로 빠르게 전환된 만큼 보수진영의 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을 만나 대선 관련 메시지를 내놓고 있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전날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직후 윤 전 대통령을 한남동 관저에서 만났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윤 전 대통령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이 승리해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며 “저에게 힘껏 노력해서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했다”고 전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도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 다음날인 지난 5일 관저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을 만났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려운 시기에 역할을 많이 해줘서 고맙다. 수고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전통적인 강성 지지층과 윤 대통령 지지층이 상당부분 교집합을 이루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의 발언이 당심에 영향을 주고 그 당심이 대선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큰 상황이다.
국민의힘에서 아직 대세론을 형성한 후보가 없다는 점도 윤심이 작용할 여지를 주고 있다. 현재 10여명의 후보가 난립하고 있지만 어떤 후보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30% 이상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데 윤 전 대통령의 언급이나 지지가 지지율 상승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12ㆍ3 불법계엄’에 대한 책임으로 탄핵된 윤 전 대통령과 관계를 끊어내지 않으면 ‘필패’가 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른바 ‘윤석열 절연론’은 6선 중진인 조경태 의원 등 ‘비윤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가 중도층 공략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다만, 윤 전 대통령의 재구속 가능성은 변수로 지목된다. 현재 윤 전 대통령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돼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첫 형사재판은 오는 14일 열릴 예정이다. 만약 윤 대통령이 다시 구속될 경우 정치적 영향력이 상당 부분 제한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