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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김광호 기자] 국민의힘 유력 대권주자로 손꼽혔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경선 판도 전체가 출렁이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대선 후보군 중 ‘빅4’에 들었던 오 시장의 이탈에 따라 경선 주자간 셈법이 엇갈린다.
오 시장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저는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13일 대선에 출마할 계획이었지만 하루 전날 마음을 바꿔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 시장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백의종군으로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대통령직에 도전하지 않는다고 해서 저의 역할이 사라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의 비전과 함께해주시는 후보는 마음을 다해 도와 정권 재창출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당초 국민의힘 잠룡들 중에선 보수 성향이 짙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전 대구시장, 중도 성향이 강한 오세훈 시장과 한동훈 전 대표의 ‘4자 구도’가 예상됐다. 이 경우 12ㆍ3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를 거치며 국민의힘 지지층이 격앙돼 다소 오른쪽으로 전체적으로 이동해있는 점을 고려하면 김 전 장관과 홍 전 시장이 구도상 유리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면 중도 확장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오 시장과 한 전 대표의 본선 경쟁력을 높이 평가하는 의견도 있었다.
그런데 오 시장이 불출마하면서 ‘4자 구도’의 구성 자체가 뒤바뀌게 됐다. 오 시장과 지지층이 겹치는 한 전 대표, 안철수 의원이 오 시장 지지자를 흡수해 1차 경선 결과가 요동칠 수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이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등 중도 성향이 오 시장보다 더 강하다.
최근 새롭게 후보군에 합류한 나경원 의원도 주목된다. 나 의원은 헌법재판소 앞 ‘천막 투쟁’을 주도했으며,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뒤에 윤 전 대통령의 초청으로 한남동 관저로 찾아가 1시간가량 면담도 가졌다.
지금도 이번 6ㆍ3 대선을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체제 전쟁’으로 규정하며 선명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나 의원이 김 전 장관, 홍 전 시장과 함께 올라온다면 보수성향이 3인, 반대편 중도 성향에는 한 전 대표 1인만 있게 된다. 보수층의 지지가 세 후보에게 갈릴 경우 반대급부로 한 전 대표의 최종 결선 진출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또 하나의 변수는 오 시장이 누군가에게 직접 힘을 실을지 여부다. 오 시장은 대선 1년 뒤인 내년 6월3일에 치러질 지방선거에서는 서울시장 3선(누적 5선)에도 도전해야 한다.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특정인에게 힘을 실으면 우군을 1명 얻는 대신 적이 여러 명 생기게 된다. 이에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둬야 하는 그가 경선 단계에서 특정 주자를 지지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오 시장의 조직 등은 다른 캠프로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오 시장의 지지율이 중도층에 강점을 보이는 후보들에게 분산될 경우 현 구도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국민의힘 대권 주자 중 주요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유승민 전 의원도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당내 대선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 전 의원 측은 당 경선에 불참 의사를 밝히면서도 “6ㆍ3 조기 대선 불출마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국민의힘에서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남긴 것으로 풀이된다.
김광호 기자 kkangh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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