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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선박규제 ‘반사이익’ K-조선업, 수주물량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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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4-16 05:00:35   폰트크기 변경      

美 USTR 제재안 추진에 中 벌크선 수주 32년만에 최저치 기록
韓으로 눈 돌리는 글로벌 선사…美 벤처글로벌, 中 제외하고 한국 ‘빅3’와 최대 12척 협상

업계 생산 포화…해외 생산기지 확대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 / HD현대 제공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중국산 선박에 대한 미국의 규제 강화로 글로벌 선주들이 잇따라 한국 조선사로 눈을 돌리는 중이다. 국내 조선사들은 넘치는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해외 조선소까지 동원해 생산 기지를 확대하는 중이다.

15일 노르웨이의 조선ㆍ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중국 조선업체들의 벌크선 주문량은 13건에 그치며 1993년 이후 32년 만에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43건 대비 90.9% 감소한 수치다.

벌크선은 철강, 석탄 등을 운송하는 선박으로, 지난해 기준 중국의 수주 점유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중국의 독무대였다.

그러나 최근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미국에 입항하는 중국산 선박에 대해 수백만 달러 규모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제재안을 추진한 이후 판도가 바뀐 것이다.

USTR은 올해 초 중국 정부의 해운, 물류 및 조선업에 대한 불공정 재정 지원 등을 지적하며, 미국 항구에 들어오는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에 대해 각각 100만~300만 달러에 달하는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발표하고, 최근 공청회까지 마친 채 관련 법 제정을 서두르는 중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중국 조선업 견제가 더욱 구체화하는 중이다.

이처럼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견제조치로 한국 조선업계는 수주 훈풍이 기대된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에서 수주가 기대된다.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17만4000㎥급 LNG운반선 / HD현대 제공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미국 LNG 업체 벤처 글로벌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빅3’ 조선소를 시찰했다. 이 업체는 미국의 대중국 규제를 고려해 이번 입찰에서 중국 조선소를 제외하고, 18만㎥급 LNG운반선 4척과 옵션 8척 등 최대 12척 발주를 협상 중이다.

국내 조선소들은 이미 3년 이상 수주 잔고를 보유한 상태다.

그러나 수주 물량이 급증하며 생산 능력 포화 상태에 다다르자 해외 조선소 확충에 나서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홍콩 선사 시도시핑과 일본 선사 닛센카이운으로부터 수주한 11만5000DWT급 운반선 총 8척을 필리핀 수빅조선소에서 건조하기로 결정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5월 필리핀 수빅조선소 도크(Dock, 선박 건조장) 1개를 미국 사모펀드로부터 임차해 사용하고 있다.

HD현대미포는 베트남 회사와의 합작법인인 HD현대베트남조선을 운영하고 있는데, 유럽과 아프리카 선주들로부터 유조선 수주가 밀려들자 생산능력을 연간 15척에서 2030년까지 23척으로 확대하기 위해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싱가포르 해양설비 제조사 다이나맥홀딩스의 경영권을 확보해뒀다. 이곳에서는 해양플랜트 상부 구조물 모듈 29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 한화 제공

아울러 지난해 12월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서도 7척의 선박을 수주해 시설 투자를 진행 중이다. 필리조선소는 미국 내 선박 운항은 미국 내에서 건조된 배에 한한다는 내용의 규정인 ‘존스법(Jones Act)’에 부합하는 조선소로, 미국이 발주하는 선박 수주에 유리한 전략적 요충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중공업은 동남아 조선사와 현지 조선소 활용 방안을 추진 중이며, 유럽 선사에 한해 중국 생산기지를 활용하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그리스 선사 센트로핀으로부터 수주한 원유 운반선 4척은 중국 조선사 팍스오션에 하도급을 맡기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선박에 대한 미국의 제재가 추진되며 불안이 커진 글로벌 선사들이 한국 조선사에 접촉해 오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국내 사업장 도크가 이미 꽉 찬 상황에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를 통해 늘어나는 수주에 대응하는 것은 ‘슈퍼 사이클’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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