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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 BCG MD파트너가 ‘대미 AI·첨단반도체 산업 현황과 트럼프 2기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대한경제=김희용 기자] “한국은 인공지능(AI) 확산 규칙에서 미국산 AI 반도체 수입 제한이 없는 몇 안 되는 국가다. 규제를 받는 중국, 인도 등에 비해 경쟁우위가 있다” (마틴 초르젬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미국은 존스법(미국 내 선박 운항은 미국 내에서 건조된 배로 제한)을 폐지해 건조 분야에서 한국과 협력해야 한다. 또한, 상호 국방조달협정을 체결해 한국산 무기체계를 더 유연하게 확보해야 한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글로벌 관세 보복전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미국과 조선ㆍ방산, AIㆍ반도체, 에너지 분야의 산업협력을 통해 동반 성장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나왔다.
15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미협회가 공동 개최한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에서는 양국 간 유망 협력 분야인 조선ㆍ방산, AIㆍ반도체, 에너지 산업에 대한 구체적 과제가 논의됐다.
이날 행사엔 최중경 한미협회 회장,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박성택 산업부 제1차관, 제임스 킴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앤드류 게이틀리 주한미국대사관 상무공사 등 한ㆍ미 전문가와 기업인 120여명이 참석했다.
AIㆍ반도체 전문가들은 AI 파운데이션 모델 협력과 응용 서비스 강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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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욱 BCG MD파트너가 ‘대미 AI·첨단반도체 산업 현황과 트럼프 2기 협력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하고 있다 /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
발제를 맡은 김창욱 BCG MD파트너는 “미국이 선도하고 있는 AI 모델을 한국기업들이 활용할 수 있게끔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대급부로 AI 빅테크 기업들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할 때 설비투자 비용을 분담하거나, GPU를 임대해주는 방식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마틴 초르젬파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은 AI확산 규칙에서 미국산 AI반도체 수입 제한이 없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며 “규제를 받는 중국, 인도 등 경쟁국과 비교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선ㆍ방산 분야 전문가들은 미국의 함정 노후화와 건조 능력 부족을 지적하며, MRO(유지ㆍ보수ㆍ정부)와 건조 분야에서 협력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로버트 피터스 헤리티지 재단 선임연구원은 “미국의 함정, 항공기, 탄약은 유사시 전력 대응에 충분하지 않다”며 “특히 노후함정의 정비 수요 급증에 따라 조선소 공간이 잠식돼 신규함정 건조까지 지연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과의 MRO 협력은 전시에 미국 본토로 돌아가지 않고 한국에서 빠르게 전투함을 수리할 수 있다는 의미와 평시에는 미국 조선소의 여유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우만 HD현대중공업 상무는 “향후 30년간 364척의 새로운 함정을 건조하겠다는 미 해군의 계획은 현재의 건조 역량을 보면 상당히 도전적인 과제”라며 “미국 함정의 MRO 지원을 본격화하고 건조 분야까지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면 미 해군의 전투 준비태세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LNG 대미 수입 확대와 원전 협력 강화가 과제로 제시됐다.
트럼프 1기 에너지부 차관을 역임한 마크 메네즈 미국에너지협회 회장은 “한국은 탄소 감축 노력 과정에서 LNG 소비량이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LNG를 전량 수입하는 상황이고, 대미 무역흑자 완화를 목표한다면 미국산 LNG 수입 확대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미국은 트럼프 에너지 정책에 따라 천연가스 생산량이 늘었지만, 유럽이 대미 에너지 의존도를 줄이면서 미국의 LNG가 과잉상태”라며 “한국은 수입량을 대폭 늘리면서 수입가격을 일정부분 낮추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한, 원전 협력과 관련해 마크 메네즈 회장은 “미국의 원천기술ㆍ연구역량과 한국의 건설ㆍ운전경험이 결합되면, 원자력은 양국의 공동 에너지전략에서 핵심축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중경 한미협회장은 “한국의 생산 역량과 미국의 첨단 기술력이 결합되면 양국은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도 한국을 안보 및 외교적 파트너를 넘어, 경제ㆍ산업의 핵심 협력국으로 인식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희용 기자 hy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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