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들 MBTI 공개…8명 중 4명 ENTJ(대담한 통솔자)
침체된 당 분위기 살리고 여론 관심 모으려는 시도
“탄핵 후 치러지는 대선 경선…시점상 부적절”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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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제21대 대통령선거 ''1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다. 대선 경선 후보 8명(안철수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유정복 인천시장, 이철우 경북도지사, 나경원 의원, 양향자 전 의원, 한동훈 전 대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대한경제=조성아 기자]국민의힘이 대선 주자를 뽑는 경선 과정을 기존 방식과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대선 경선은 지난 14~15일 후보자 접수를 시작으로 토론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후보를 거른 뒤 오는 5월3일 전당대회에서 최종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선출하게 된다. 국민의힘은 ‘예능 경선’의 콘셉트로 경선의 재미를 높이고 젊은 층도 끌어오겠다는 전략으로 경선을 진행중이다.
국민의힘 경선의 본격적인 행사는 지난 17일 모든 후보들이 모여 주자별 공약을 언론에 발표하고 소개하는 미디어데이가 시작이었다. 이날 후보자들은 출마의 변을 이야기하면서 ‘1분’을 스스로 재서 말을 멈추고 스탑 버튼을 누르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토론회 조를 현장에 도착한 순대로 스스로 선택하도록 했다. 또 스튜디오 내에 소형 스론 카메라를 띄워 좀 더 역동적인 화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평소 예능 프로 출연을 여러 차례 해봤던 홍준표 후보가 여러 차례 웃음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 토론회 B조의 두 자리만이 남은 상황에서 한 후보 차례가 되자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한 후보는 홍 후보에게 “같이 가시죠”라며 함께 이동하는 ‘화기애애한’ 모습도 연출됐다. 홍 후보는 “한 후보와 (오늘)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눠봤다”며 “상당히 괜찮은 사람 같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19~20일 A, B조로 나뉘어 진행한 토론회에서는 후보자들이 성격유형 검사인 MBTI를 통해 자기 소개를 하고 팻말을 들고 하는 밸런스 게임도 진행됐다. 8명 후보 중 김문수·한동훈·안철수·유정복 후보가 ENTJ(대담한 통솔자), 양향자·나경원 후보가 ENFJ(정의로운 해결사), 이철우 후보가 ESFJ(관리자형 집정관), 홍준표 후보가 ESTJ(소신있는 실행가)라고 답했다.
한 후보는 자신의 성격유형인 ENTJ로 “E:에너지를 모읍시다, N:국민의 네비게이션이 되겠습니다, T:트러스트, 신뢰가 중요합니다, J:정의로운 나라 만듭시다”라며 4행시를 준비해오기도 했다.
각 후보 캠프에서도 일반국민 여론조사를 앞두고 열리는 토론회인 만큼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임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이 기존 방식과는 확연히 다른 ‘예능 경선’으로 화제 몰이에 나선 배경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이라는 대형 악재를 돌파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침체된 당 분위기를 살리고 후보들의 공약을 좀 더 효율적으로 알리기 위해 재미를 끌 수 있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여론조사상 독보적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로 정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후보의 상대로 나설 후보를 뽑아야 하는 만큼 경선 과정에서 최대한 이목을 끌고 젊은 세대와 중도층의 관심을 모으려는 것이란 해석이다.
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정치권에 대한 피로도가 높은 민심을 얻기 위해 국민의힘이 색다른 경선 형식을 도입한 것에 대해선 긍정적 해석도 나온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계엄과 탄핵의 책임을 일정 부분 나눠지고 있는 국민의힘 경선에 대해 “가볍다”, “진지하지 못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탄핵 후 치러지는 조기 대선인 만큼 여당이었던 국민의힘이 택한 방식이 시점상 적절하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조성아 기자 j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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