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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경제=이재현 기자]곳곳이 지뢰밭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싱크홀(땅 꺼짐) 소식이 들려온다. 서울, 경기, 광주, 부산 전국 그 어디에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 길가다가 날벼락을 맞는 후진국형 사고다.
싱크홀 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왜 일까.
지하에는 다양한 시설물이 매설돼 있다. 지하철에서부터 상하수도, 전력선, 통신선, 가스관 등이 필요할 때마다 땅을 파고 만들거나 매설했다.
지하시설물은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설물의 안전을 위해 비파괴방식으로 탐지할 수 있는 장비로 확인한다. 그러나 이 장비는 2~3m의 깊이에 매설된 시설물만 탐지할 수 있다. 한계가 명확한 셈이다.
직접 확인을 하지 못하는 사이 시설물은 노후화가 빠르게 진행 중이다. 지난 1970~90년 대한민국이 급속도로 성장할 당시 이러한 시설물을 건설했다.
사람이나 시설물 모두 ‘생노병사’는 필연이다. 이 같은 시설물이 이제는 생명 주기의 끝단에 와있는 것이다.
이 중 가장 큰 문제는 상하수도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에 매립된지 20년이 지난 상수관은 전체의 37.5%(9만183㎞), 노후 하수관(7만5837㎞)은 전체의 44%에 달한다. 통상 플라스틱관의 내구연한은 20년, 금속관의 내구 연한은 30년으로 보고 있다.
싱크홀은 기본적으로 지하수의 압력 변화로 발생한다. 그러나 노후화된 상하수도의 누수로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 탓에 강우나 강설이 잦아지면서 지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노후된 상하수도관로에서 누수가 생기면 토사가 유실돼 공동(空洞)이 발생할 수 있다.
매년 나이를 먹어가며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지하 시설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하지만 어려운 게 현실이다. 관리주체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상하수도는 각 지자체가, 전력선은 한국전력이, 통신선은 통신사가 관리한다. 도시가스관은 도시가스사가, 열수송관은 각 지역의 집단에너지 사업자가 각각 담당한다.
이들 관리주체가 개별적으로 관리할 뿐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컨트롤타워가 없다.
지하공간 매설 시설물에 대한 통합지도도 없다. 땅속에 어느 시설이 어디에 깔려있는지 관리주체만이 알 따름이다.
각각 관리하니 예산도 문제다. 노후된 상수관과 하수관 1km를 교체할 때 각각 8억~10억원, 18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가 재정이 열약한 지자체에 대해 국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30~60% 가량에 불과하다.
주머니 사정이 열약한 지자체는 당장 눈에 띄지 않는 노후 상하수도 교체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동안 우리는 각종 대형사고를 겪으며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럼에도, 사람의 목숨이 달린 안전비용을 단순 소모비용 정도로 인식하며 인색하기 짝이 없다.
반복되는 사고를 막고 근원적 예방을 위해선 대수술이 필요하다. 우선 지하 매설물에 대한 관리 주체부터 명확하게 세워야 한다.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담당하고 있는 지하 매설물에 대한 관리 체계를 중앙정부로 일원화해야한다. 동시에 지하 매설물에 대한 노후도 정보를 한데 모아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ㆍ예방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지하가 포화한 상태에서 도로와 철도 등 인프라 시설도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 사고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서는 전면적인 외과수술이 필요하다. 아픈 것만 잠시 멈추게 하는 진통제 처방은 국민의 안전만 위협할 뿐이다.
이재현 기자 lj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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