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국내ㆍ원화… 국제 경쟁력 있을 것”
비은행 “미국ㆍ달러… 규제 및 사업성 감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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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DID협회는 KB국민·신한·우리·NH농협·IBK기업·Sh수협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했다. / 사진: 협회 제공. |
[대한경제=황은우 기자] 법정화폐 등에 가치를 연동하는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고강도 규제가 예고되며, 초기 국내 발행시장은 은행이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비은행 기업들은 해외 발행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매출 100억원을 넘기는 국내의 한 정보기술(IT) 기업은 올 하반기 미국을 거점으로 한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규제 법안인 지니어스 액트(GENIUS Act)가 조만간 미 의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하고 움직이고 있으며, 서클(USDC)을 벤치마킹했다”고 설명했다. 서클은 미 국채와 현금으로 구성된 준비금 운용 수익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는 달러 코인이다.
이 회사는 일단 국내에서 원화 코인을 만드는 것은 계획하지 않았다. 한국은 미국에 비해 규제체계의 도입 시점과 최종 형태가 불투명하고, 원화는 국제무역 등에서 쓰임새가 제한되는 만큼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서다.
업계는 이 회사뿐 아니라 복수의 비은행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목적으로 해외 사업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친가상자산을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이후 미국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벤처캐피털(VC)의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미국 진출과 달러 코인 발행에 방점을 찍은 곳이 많다”며 “국내 발행을 고려하는 기업도 국경 간 결제를 염두에 두고 달러 코인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반면 은행권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공동 발행을 위한 사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사단법인 오픈블록체인ㆍDID협회는 KB국민ㆍ신한ㆍ우리ㆍNH농협ㆍIBK기업ㆍSh수협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참여하는 스테이블코인 분과를 신설했다. 공동 연구 및 기술 협업을 진행하는 가운데 조만간 나올 규제안에 따라 합작 법인 신설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류창보 오픈블록체인ㆍDID협회장 겸 NH농협은행 블록체인팀장은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 매력도는 달러 코인이 높을 것”이라면서도 “원화 코인도 국제무대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데, 예컨대 뮤직카우 내 결제가 원화 코인으로 이뤄지는 그림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뮤직카우는 음악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조각투자 형태로 거래하는 플랫폼으로, 지난 2022년 미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 바 있다.
한편, 미국을 보면 은행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참여가 전면 허용되는 추세다. 미 연방준비제도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은행이 암호화폐(가상자산) 및 달러 기반 토큰(스테이블코인) 활동을 수행하려 할 때, 더 이상 사전 감독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는 2022년 및 2023년 발표했던 지침을 연준이 공식적으로 철회한 것이다.
황은우 기자 tu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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