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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참사 5주기…여전히 판치는 불량품 - 상]②성능 미달 단열재…안전불감증에 모니터링도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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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5-08 06:00:42   폰트크기 변경      

복합자재 표준모델 운영단체 관리 미흡

화재 위험성 5년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아

연 400회 모니터링도 예산 부족에 발목




[대한경제=서용원 기자]2020년 4월29일 낮 1시32분. 경기 이천시 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갑작스러운 폭발음과 함께 건물 전체를 뒤덮는 검은 연기와 화염이 뿜어져 나왔다. 신고 9분 후인 1시43분에 도착해 2단계 대응태세를 발령하고 소방차 72대와 소방관 151명을 투입했지만, 극심한 연기와 건물 쪽으로 부는 맞바람 탓에 진화에 애를 먹었다. 화재 발생 6시간여가 흐른 6시42분쯤 완전 진화에 성공했지만, 피해는 엄청났다. 사망자 38명, 부상자 10명의 대참사였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천 물류센터 화재 5년이 흐른 지금도 같은 사고가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사고 당시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샌드위치패널(복합자재) 심재로 활용된 유기 단열재가 지목되면서 정부에서는 관련 규정을 개정했지만, 시중에는 성능미달 제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서다.

국토교통부는 2021년 12월 건축법 시행령 개정으로 복합자재를 품질인정 대상으로 지정하고, 준불연(가열 후 10분간 유해한 균열의 미발견 등) 성능을 확보한 심재를 활용토록 했다. 2022년 2월에는 ‘건축자재 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을 제정해 업체별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으로부터 품질인정을 받도록 했다.

다만, 대부분 중소업체로 이뤄진 유기단열재 업계의 사정을 고려해 2022년 4월 ‘표준모델’ 제도 세부운영지침을 제정한 데 이어 2023년부터 무기ㆍ유기단열재에 대한 한시적(2년) 시행을 본격화했다. 단기간 품질인정 취득이 어렵다는 호소에 대표단체가 표준모델을 마련해 인정기관으로부터 품질인정을 받으면 2년간 소속업체들은 단체의 승인을 통해 별도 인정없이도 제조와 유통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이후 2023년 4월 한국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ㆍ한국금속패널공업협동조합 등 대표단체는 표준모델을 취득해 소속 업체에 인증을 부여했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졌다. 국토부가 2023년 11월 표준모델을 통해 품질인정을 받은 업체 10곳을 점검한 결과, 9곳이 준불연 성능미달로 적발됐다. 업체들이 표준모델에 미달한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이후 국토부는 대표단체의 표준모델 인정 취소 처분을 내렸지만, 이미 성능미달 제품은 시장에 풀린 뒤였다.

심지어 대표단체 중 한 곳은 국토부의 인정 취소 처분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 행정집행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연출됐다. 이에 따라 지속적으로 성능미달 제품이 유통된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제도 개선에도 화재 위험성은 5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모니터링의 문제도 지적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엽합에 따르면 복합자재 준불연 성능 모니터링 기관인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2023년 시제품 196건의 모니터링을 실시해 부적합 자재 19건을 적발했다. 경실련 관계자는 “성능이 우수한 업체들에 대한 점검수를 늘려 의도적으로 부적합률을 낮췄다”며, “현장에 유통되는 유기 단열재 중 90% 이상이 준불연 성능을 확보하지 못한 것들”이라고 주장했다.

모니터링 부실에 대해 정부는 예산 부족의 탓으로 돌린다. 국토부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모니터링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현장 불시점검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이 부족해 연 200회 수준에 그치는 상황”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표준모델 운용 미숙과 일부 업체의 안전불감증이 화마 위험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유기단열재 조합 관계자는 “부적합 표준모델 사건은 이미 끝난 일”이라며 일축했다.

한편, 물류창고나 공장, 가건물 등 벽체로 주로 활용되는 복합자재는 아연으로 도금한 강판 사이에 단열재를 넣어 만든다. 단열재는 크게 유기단열재와 불연재인 무기단열재로 나뉘는데, 국내에는 유기단열재인 우레탄과 EPS(발포플라스틱)를 활용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유기단열재는 화재에 취약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시공이 간편해 건설현장에 두루 활용되는 실정이다.


서용원 기자 an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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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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