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2주 이내에 의약품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바이오기업들이 비상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 세계 다른 나라와 비교해 우리(미국)는 매우 불공정하게 갈취당하고 있다”며 의약품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다. 특히 “다음 주에 의약품 가격과 관련해 중대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해 구체적인 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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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1:5일(현지시각) 행정명령 서명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 사진: 연합뉴스 제공 |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약 공장 승인 시간을 단축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에는 △해외 의약품 제조시설 검사 수수료 인상 △외국 제약업체의 유효성분 출처 보고 개선 및 미준수 시설 명단 공개 검토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에게 미국은 핵심 시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등 주요 바이오 기업들의 미국 시장 매출은 전체 해외 매출의 40~60%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미국 시장 의존도를 고려할 때, 관세 부과는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국내 바이오업계는 다양한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며, 가장 적극적인 전략은 미국 현지 생산 확대다. 셀트리온은 미국 현지 생산기지 설립을 검토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중 투자 결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미국 내 생산시설 인수나 신규 공장 설립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이오팜은 이미 FDA 승인을 받은 현지 위탁생산 시설을 확보해 필요시 즉시 생산이 가능한 체제를 구축해놓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내 생산기지 설립은 초기 투자비용이 크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세 우회와 함께 ‘메이드 인 USA’ 이미지 구축으로 시장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바이오 생산 공장 건설은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지금 당장 건설을 시작하더라도 공정 설비의 복잡성과 FDA 인증 과정을 고려하면 최소 4년이 걸린다. 트럼프 행정부가 FDA 승인 시간을 3년으로 단축하더라도 트럼프 임기(2029년 1월 만료)가 끝나는 시점과 맞물려 중장기적 전략이 필요하다.
업계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발표되더라도 실제 시행까지는 일정 기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로서는 정확한 관세율과 적용 품목을 알 수 없어 구체적 대응이 어렵다”면서도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한 시뮬레이션과 대응 방안은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위험한 ‘기능강화(Gain-of-function)’ 연구에 연방 자금 투입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이 행정명령은 해외에서 진행되는 기능강화 연구 지원을 금지하며 생물학 연구의 안정성과 보안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종 바이러스 등에 대한 연구인 기능강화 연구는 ‘코로나19 중국 기원설’과 관련돼 주목받은 바 있다.
김호윤 기자 khy2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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